[광주/전남]동서남북/광주시는 왜 국회의원 땅을 매입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을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에 무력감이 듭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광주 북을)이 지역구 안에 소유하고 있던 ‘장기 미집행 공원용지’를 광주시가 무더기로 사들여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한 주민의 말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이후 3차례에 걸쳐 동림동 운암산 근린공원지구에 있는 김 의원의 땅 3만5713m²(7필지·약 1만800평)를 25억9000여 만 원에 사들였다. 이 땅은 지구 내 사유지 114필지(35만2422m²·약 10만6700평) 가운데 일부로 1985년 공원지구로 지정됐다. 자신의 땅이 25년째 공원지구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한다면 누구나 시가 땅을 사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질 만하다. 문제는 이 같은 기대가 유독 김 의원에게만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해당 지구 토지 가운데 김 의원의 땅 7필지만 매입했다.

김 의원 측은 “땅을 사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전적으로 광주시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광주시도 “관련법에 따른 것일 뿐 국회의원 땅이라서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5조(일괄보상)는 ‘동일 사업지역 내 동일인 소유 토지 등이 수 개 있는 경우 토지 소유자 또는 관계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일괄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땅을 사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김 의원 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광주시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광주시의 1월 자료에는 ‘광주시내 장기 미집행 근린공원 28곳, 984만9000m²(약 298만 평) 중 올해 운암산공원 등 3곳에 16억 원을 들여 토지 매입’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자료에는 ‘운암산공원 토지 매입비만 28억 원’으로 수정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은 정말 해볼 만한 자리’라는 세간의 평가가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였다.

김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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