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대구기상대와 전북 전주기상대가 2012년 이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70∼90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기상측정 기록의 대(代)가 끊길 판이기 때문이다.
대구와 전주에 각각 기상대가 세워진 것은 1937년과 1918년. 같은 자리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온 습도 강수 풍속 등 기상현상을 측정하고 기록해 왔다. 이런 기록 없이는 “100년 만의 무더위” 같은 기상 분석은 불가능하다. 이 기록은 일기 예보는 물론이고 장기간에 걸친 기후연구 자료로도 활용된다. 이에 따라 기상대는 지역 기후 특성을 대표하는 중요 시설로 대접 받아왔다.
그러나 기상대 주변까지 도시가 확장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기상대가 주민 재산권을 제한하는 ‘단골 민원발생 시설’로 전락한 것. 기상대 주변에 큰 건물이 들어서면 일조량, 바람세기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측정에 차질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기상관측표준화법은 기상대와 주변 건물의 거리를 건물 높이의 10배까지 띄도록 규제한다. 대구기상대가 있는 동구 신암동이 재개발에 나서면서 이 법이 문제가 됐다. 법을 적용하면 기상대 주변 240m 내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 전주기상대 역시 완산구 노송동 재개발의 걸림돌로 전락하고 말았다.
두 기상대는 재개발에 밀려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구기상대는 동구 효목동 동촌유원지에, 전주기상대는 덕진구 덕진동 가련산공원에 각각 새 둥지를 틀기로 했다. 하지만 진짜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기상대 위치를 직선거리 500m, 해발고도 5m만 옮겨도 기상 측정 결과가 달라지므로 웬만하면 이전을 피하는 게 좋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기상대와 전주기상대는 이사를 간 뒤에 기상측정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아직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두 기상대는 이전에 앞서 1년 동안 새 용지에서 비교 측정을 해 기상특성의 차이를 분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예산 확보가 안 돼 용지 매입조차 완료하지 못한 처지다. 게다가 기존 기상대와 새 용지의 기상측정 결과에 큰 차이가 드러나더라도 사정상 제3의 용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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