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두께 단 1.34cm 무게는 0.68kg, 내 공부방이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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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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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이민구 군(사진 위)은 e북(전자책) 보기, PDF 파일 보기 등 아이패드의 다양한 기능을 공부에 직접적으로 사용한다.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정지훈 소장의 아들 선우 군(사진 아래 왼쪽)과 딸 민서 양은 아이패드를 ‘창의적 놀이도구’로 활용한다.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자가 꿈인 고1 이민구 군(16·과천 중앙고).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전공 서적을 읽기 위해 가방에서 ‘아이패드’를 꺼냈다. 이 군이 요즘 읽는 책은 ‘Agile Web Development with Rails’란 영어 원서. 한 달 전 ‘아이북스’(미국 애플사의 전자책 거래시장)에서 구입해 아이패드에 내려받았다.

이 책은 원래 850쪽 분량으로 크고 무겁다. 하지만 이 군은 그저 두께가 1.34cm이고 무게가 0.68kg인 아이패드만 들고 다니며 아무데서나 책을 읽는다. 책에 나오는 어려운 영어단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단어의 뜻을 찾기 위해 전자사전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손가락으로 단어를 선택한 후 ‘사전(Dictionary) 기능’을 누르기만 하면 화면에서 바로 단어의 뜻을 확인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인 ‘와이파이’(Wi-Fi)가 가능한 지역이라면 책을 읽는 도중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전문적인 단어나 책 내용에 대한 검색도 할 수 있다.

이 군은 “처음에는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신기하고 다양한 기능이 많다는 이유로 아이패드를 구입했다”며 “하지만 아이패드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e북(전자책) 보기, PDF 파일 보기 등 다양한 기능을 공부에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 아무데서나… 아무때나… 아이패드가 가져온 공부혁명

서울 구일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플라스틱 펜을 이용해 모니터 상의 연습장에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서울 구일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플라스틱 펜을 이용해 모니터 상의 연습장에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아이패드가 학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패드는 미국 애플사가 내놓은 ‘태블릿 PC’(널빤지 형태의 휴대용 컴퓨터). 단행본 한 권 크기에 두께는 책 반 권 정도로 얇아 휴대가 편하며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사용한다. 문서 작성 및 편집, 동영상 재생, e북 읽기는 물론,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인 와이파이(Wi-Fi)와 3세대(3G) 이동통신망으로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어 e메일이나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아이패드는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이미 학습 분야에는 ‘아이패드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용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국내 교육업체도 아이패드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패드 학습의 도구로

출시 전부터 아이패드의 다양한 이점과 기능을 학습에 활용하는 ‘얼리 어답터’(초기 수용자) 학생과 학부모도 있다. 이민구 군이 바로 그런 학생인 셈이다.

이 군은 e북을 볼 때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패드를 학습에 활용한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은 물론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PDF 파일 형태의 기출문제나 단어장도 아이패드로 본다.

“예전에는 시험기간에 100쪽이 넘는 기출문제나 단어장을 일일이 출력했어요. 출력에만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모두 들고 다니기도 부담스러웠죠. 이번 중간고사 때는 아이패드를 활용한 덕분에 이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었어요.”(이 군)

숙제를 깜빡했거나 중요한 자료를 출력해 오지 않은 경우에도 아이패드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컴퓨터를 원격 제어할 수 있기 때문. 방법도 간단하다. 우선 아이패드에서 원격 제어 애플리케이션(아이패드에서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아이패드로 집에 있는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파일을 옮기거나 메일로 보낼 수 있다. 이렇게 받은 파일을 학교 컴퓨터를 이용해 출력하면 된다.

이 군은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닌 후 평소엔 잘 보지 않던 영자신문이나 외국 과학 잡지도 읽기 시작했다”며 “마인드맵, 한문공부, 영어공부, 화학 주기율표 암기 등 학습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출시되는 것으로 보아 아이패드가 앞으로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패드 놀이의 도구로

아이패드를 아이들의 ‘창의적 놀이도구’로 활용하는 얼리 어답터 학부모도 있다.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정지훈 소장(41·서울 강남구)이 바로 그 경우. 정 소장은 올해 5월 미국 출장 때 아이패드를 구입했다.

“아이패드를 보자마자 ‘아이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초등 저학년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조작이 간편한 데다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개발됐다고 생각했죠.”(정 소장)

정 소장은 자녀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했다. 그러고 난 뒤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지켜봤다.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강요하기보다는 직접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e북이나 동영상 같은 ‘고급 기능’을 사용하기보다는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아이패드를 사용한다. 정 소장의 딸 민서 양(7·서울 대곡초 1학년)은 ‘아이컬러 북스’나 ‘두들 버디’처럼 단순한 그림을 그리는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아들 선우 군(10·서울 대곡초 4학년)은 만화 형식의 스토리 북을 만들거나 스스로 음악을 작곡하는 등 아이패드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즐긴다. 정 군이 최근 푹 빠진 애플리케이션은 ‘애니메이션HD’. 사진이나 그림을 직접 편집해 한 편의 만화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정 군은 “아이패드를 통해 사진, 만화, 3D 그래픽,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면서 “학교 수업시간이나 평소 생활할 때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콘텐츠를 알아가고 습득하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했다.

정 소장은 자녀와 함께 1주일에 한 번 자신이 가장 재미있게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촬영한다. 아이패드를 학습하는 모습을 기록해 아이들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는 것. 촬영한 동영상은 즉시 개인 블로그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려놓는다. 처음엔 조회 수가 10건도 채 안됐지만 이제는 1000건이 넘을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정 소장은 “학교에서 몇 점을 받고 몇 등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아이패드와 같은 기계를 사용해 창의성을 기르고 잠재력을 개발하는 활동도 중요하다”면서 “이런 최신식 기계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거나 피하기보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경험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태블릿 PC를 사용해 수업하는 생생한 사례가 소개됩니다.
태블릿 PC로 공부하는 새로운 환경에 학부모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교과서 노트 연필 필요없어요… 태블릿PC로 모든 수업 OK”


태블릿 PC와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선 교과서와 노트, 필기구가 필요없다. 플라스틱 펜으로 화면을 누르는 것만으로 교과서 보기와 필기가 가능하다. 사진은 태블릿 PC와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는 서울 구로구 구일초등학교 6학년 수학 수업장면.
태블릿 PC와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선 교과서와 노트, 필기구가 필요없다. 플라스틱 펜으로 화면을 누르는 것만으로 교과서 보기와 필기가 가능하다. 사진은 태블릿 PC와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는 서울 구로구 구일초등학교 6학년 수학 수업장면.
‘디지털 수업’ 3년째 서울 구일초, 확 달라진 교실
교과부 “2012년부터 디지털교과서 단계도입 방침”


23일 오전 11시 반 서울 구로구 구일초등학교 6학년 6반 수학 수업시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음에도 단 한 명의 학생도 교과서와 노트를 꺼내지 않는다. 학생들의 책상위엔 교과서와 노트, 필기구 대신 태블릿 PC 한 대가 놓여 있다.

학생들은 태블릿 PC 화면에서 ‘교과서 검색’을 선택해 수학 디지털 교과서를 열었다. 메뉴를 선택할 때도 단지 플라스틱 펜으로 화면의 메뉴를 꾹 누르기만 하면 된다.

“이번 시간엔 비율과 그래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먼저 교과서에 나와 있는 문제를 풀어볼까요.”

학생들이 플라스틱 펜으로 ‘연습장’ 메뉴를 누르자 화면 한 쪽에 하얀 바탕의 연습장이 생겼다. 한 학생이 노트에 연필로 글씨를 쓰듯 모니터에 플라스틱 펜으로 수학문제를 푼 후 재빨리 앞으로 나갔다. 변화가 생긴 건 칠판도 마찬가지. 앞에 나간 학생은 하얀색 분필 대신 손가락으로 풀이과정을 적었다. 영화 속 모습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신 개념 교육현장이다.

태블릿 PC, 학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구일초등학교는 이미 3년째 초등 5, 6학년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등 일부 과목 수업시간에 태블릿 PC와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한다. 사회시간엔 증강현실 콘텐츠로 신석기시대 유물을 3D영상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가상체험해 볼 수 있다. 영어시간엔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발음과 원어민의 발음을 비교할 수 있다. 음악시간엔 직접 노래를 작곡하고 다양한 악기로 연주하기도 한다.

이 학교 정재은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문제를 틀린 학생은 몇 명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과제뿐 아니라 시험도 태블릿 PC를 활용하면 평가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아이패드처럼 휴대가 편한 태블릿 PC를 활용한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현장에 도입되면 학습형태나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교과서를 보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까지 치를 수 있는 것.

교육과학기술부 평생직업교육국 e러닝지원과 박승철 행정사무관은 “2012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기존 태블릿 PC 외에 아이패드 같은 최신식 기기에 맞는 디지털 교과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달라지고 있는 학습 모습, 학부모는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하지만 학부모는 답답하고 두렵다.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도 쉽지 않건만 이번엔 태블릿 PC라니…. 180도로 달라질 학습 환경에 학부모도 발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

우선 새로운 학습 환경을 조성해준다. 태블릿 PC 기능을 제약 없이 사용하도록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인 와이파이(Wi-Fi) 등 무선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통신사 등에 요청하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무조건 태블릿 PC를 사주란 말은 아니다. 자녀가 무분별하게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부모가 미리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두산동아 콘텐츠사업팀 배한상 팀장은 “최근 개발 출시되고 있는 태블릿 PC는 초등학생도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만큼 작동법이 단순해지는 추세”라며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통신사 등이 진행하는 특강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출시된 학습용 콘텐츠를 토대로 자녀와 함께 태블릿 PC로 학습해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태블릿 PC로 학습하기에 적합한 과목과 내용이 무엇인지도 미리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 과학은 지도, 그림, 그래프, 실험 과정 등을 눈으로 보고 학습할 수 있는 증강현실 콘텐츠의 학습효과가 크다. 반면 수학처럼 이해가 중요한 과목은 ‘터치’를 통해 손으로 직접 풀어보는 콘텐츠가 더 효과적이다. 태블릿 PC를 활용한 공부를 하루 몇 시간으로 제한할 것인지 등 구체계획도 세운다.

콘텐츠 구입은 반드시 부모가 한다는 규칙을 정한다.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의 결제는 보통 신용카드로 이뤄지지만 일부 콘텐츠는 휴대전화 결제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 학생들은 호기심에 게임, 성인물 등 비교육적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도 있다.

자녀와 함께 ‘콘텐츠 구입 일지’를 작성해도 좋다. 현재 보유한 교육콘텐츠를 확인하고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습관이 길러진다. 구입한 콘텐츠를 아이와 함께 학습해 보면 자녀에게 어떤 콘텐츠가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아이패드로 e북(전자책) 읽기, 뭐가 달라졌을까?

[01] 해외 전문서적들을 빠르게 구해 볼 수 있다
과거 외국서적을 사려면 인터넷 도서판매 사이트에서 주문한 뒤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아이패드의 전자책 상점인 ‘아이북스’에서는 이런 서적들을 바로 구매해 내려받아 볼 수 있다.

[02] 모르는 단어는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아이패드로 영어책을 읽는다면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더 이상 두꺼운 사전이나 별도의 전자사전을 보지 않아도 된다. 손가락으로 단어를 선택한 후 ‘사전(Dictionary) 기능’을 누르면 화면에서 바로 뜻을 확인할 수 있다.


[03] 특정 구문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

아이패드의 ‘북마크(Bookmarks)’ 기능을 이용하면 책을 읽다가 중요한 문장 혹은 단락에 표시를 해 놓고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다. 600∼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서 특정 부분을 다시 뒤지느라 고생했던 경험은 이젠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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