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崔의원, 어뢰공격이 맞다고 말해”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방선거 1주일전 최문순 요청으로 만난 천안함 유족들

“선거전략 잘못 잡았다며 의혹에 대해 가족 의견 물어”
사전 동의없이 대화 녹취… 유족들 “선거이용 의도 불쾌”

崔의원 “그런 말 한 적없다”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위 위원이었던 민주당 최문순 의원(사진)이 6·2지방선거 전에 일부 천안함 유족들을 만나 침몰 원인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유족들의 의견을 묻는 등 도움을 요청했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을 받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유족들과의 대화를 녹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대화를 녹음한 게 사실이라면 의원이 의혹 제기에 유리한 발언을 이끌어내 몰래 녹음한 뒤 선거 등 다른 목적에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고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들 가운데 일부 유족은 26일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5월 27일 최 의원이 갑자기 연락해와 가족 일부에게 ‘답답해서 자문하고 싶다’며 만남을 요청했고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술집에서 만나 천안함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물어 설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야당과 누리꾼들이 제기한 천안함 관련 의혹에 대해 유족들의 의견을 물었다. 유족들에 따르면 최 의원은 사건의 원인이 정말로 어뢰가 맞다고 생각하는지, 민군합동조사단의 최종 발표에 대부분이 동의하는지, 당시 논란을 빚고 있던 민주당 측 합동조사위원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좌초설’의 실체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는 것. 유족들은 “여러 의혹에 대해 답을 해주고 ‘민주당은 신상철 대표 같은 사람은 진작 조사위원에서 뺐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최 의원이 맥이 풀린 듯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별다른 대꾸를 못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던 최 의원은 어뢰 피습을 인정하는 듯한 말도 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최 의원이 ‘내가 가서 배(천안함)를 보는 순간 어뢰가 맞다, 모든 게 끝났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구미제로 남을 줄 알았는데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됐다. 위(민주당 지도부 또는 선거대책본부를 지칭한 듯)에서 (선거) 전략을 잘못 잡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들의 설명을 들은 최 의원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요새 선거운동 할 맛도 안 나고 이번 선거는 완전히 진 것 같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 의원이 인터넷 같은 데서 도는 괴담을 죄다 끌어와 가족들의 확인을 받으려는 것 같았다”며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최 의원이 가족들을 ‘떠보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 의원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가족분들과 대화한 내용이라면 내가 녹음해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녹음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족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만 답했다. 28일 이를 전해 들은 유족들은 “녹음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불쾌감을 표시하며 “가족들이 불리할 것 없으니 내용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한 유족은 “국회의원이 유족의 말을 녹음해 다른 목적에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동아일보는 이날 추가 확인을 위해 최 의원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 의원은 그동안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부정해 왔으며 25일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 국방부가 14일 미국 대사관 측에 251쪽의 천안함 보고서를 전달하며 ‘보고서의 존재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는 등 천안함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