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막걸리를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을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수십 년 동안 막걸리를 묵묵히 빚어온 전국의 수많은 막걸리 장인들이 지금의 막걸리 붐의 토대를 닦았다면, 최근엔 막걸리의 발전을 짊어질 젊은 인력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안승배 연구실장 “내가 만든 술로 세계와 승부”… 20만병 폐기 시행착오 끝 호평 ○ ‘와인 소믈리에’에서 ‘막걸리 연구실장’으로
전공은 기계공학. 하지만 우연히 맛본 와인의 매력에 빠져 전공은 접어 두고 와인 유학을 결심했다. 주변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냐”며 만류했지만 2001년 훌쩍 영국으로 떠났고, 유명 와인 학교인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에서 3년 동안 공부하며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영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손꼽히는 와인 전문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는 현재 연구실에서 와인이 아닌 막걸리와 씨름하고 있다. 안승배 금산인삼주 연구실장(33)의 이야기다.
‘변신’의 이유에 대해 안 실장은 “소믈리에는 남이 만드는 술을 맛보기만 할 뿐 직접 만들 수는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외국 술이 아닌 우리의 술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막걸리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승부를 걸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애써 만든 술이 막걸리 특유의 누룩 향 때문에 해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한 번에 20만 병에 달하는 막걸리를 전량 폐기 처분한 적도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안 실장이 개발한 검은콩 막걸리와 울금 막걸리 등은 현재 일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생막걸리의 보존 기간을 늘리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승택 사장 주변 회의적 시각 딛고 성공… 와인바 거리서 새 유행 선도
○ 중식당 사장에서 ‘막걸리 바’ 사장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막걸리 바 ‘문자르’에는 평일 저녁에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 막걸리, 한식 안주를 파는 이곳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뒤 “와인 바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막걸리 바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승택 사장(33)은 “중식당을 접고 강남에서 막걸리를 파는 가게를 연다고 하자 주변에서 ‘그게 되겠냐’며 만류했다”며 “하지만 막걸리가 젊은층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그의 가게에서는 한 주전자에 7000∼8000원인 막걸리가 매일 100주전자 이상 팔린다. 주말에는 두 배인 200주전자 가까이 팔린다. 수요가 늘면서 아예 경북 포항의 한 양조장과 손잡고 ‘달빛술담’이라는 자체 막걸리를 선보였다. ‘막걸리 바 1세대’로 꼽히는 이 사장의 꿈은 자신의 막걸리를 더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게 하는 것.
막걸리 업계에 ‘젊은 피’가 수혈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막걸리 열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젊은이들이 속속 막걸리 업계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막걸리가 매력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면서도 “막걸리와 관련된 일자리가 많이 생기도록 정부와 업계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