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의 존치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침을 곧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동아일보가 현재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12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6개 대학은 이미 의대 체제 환원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대학도 대부분 의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의전원 제도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절반이 의대로 전환, 지방대는 관망
의전원은 의대 입학을 위한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이고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4년제 대학 졸업자를 의학교육입문시험(MEET)을 통해 선발한 뒤 의전원에서 4년간 수준 높은 의학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에서 2005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입시경쟁은 여전하고 이공계 학생들까지 의전원 입학 준비에 뛰어들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또 대학 졸업→의전원 졸업→인턴(수련의)→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한 13년 이상 걸려 30대 후반의 졸업생들이 의학연구보다는 개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의대들은 고교를 갓 졸업한 우수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 중인 12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동아대, 영남대 등 6개 대학은 의전원 존치 여부가 대학 자율에 맡겨지면 의대로 돌아가겠다고 대답했다. 이공계 황폐화, 의대와 의전원 사이의 학력 격차 등이 심각한 만큼 본래의 의대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 서성옥 고려대 의대 학장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보고 1년 전 찬반 투표를 시행했는데 72%의 교수들이 의대 체제 전환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동국대는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지 않았다며 대답은 보류했지만 “내부적으로 의대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반면 아주대, 충북대, 전남대 등 3개 대학은 “교과부의 발표를 본 뒤 교수회의를 열어 논의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한 지방대 의대 학장은 “교과부에서 의전원으로 완전히 돌아서는 대학들에 내놓을 지원책을 보고 신중하게 향후 계획을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간차가 있겠지만 95% 이상의 대학들이 의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 의전원 학생들은 대혼란
의전원 시험을 준비해온 학생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지방대 의대 진학을 고민하다 서울 상위권 대학 생명공학부에 입학해 서울의 의전원을 준비해오던 대학생 배모 씨(24)는 “진학하고 싶은 학교의 의전원이 문을 닫을지 몰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거나 공부를 계속하더라도 시험 유형이 비슷한 로스쿨 시험으로 전환하는 학생들도 등장하고 있다.
의전원 재학생들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 의전원 재학생 김모 씨(27)는 “입학하자마자 폐지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데 이럴 거면 애초 의전원을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의대 학장들 사이에서는 교과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대 학장은 “각종 지원금을 내걸고 대학들에 의전원을 도입하라고 해 체제를 전환하고, 투자를 해 의전원을 만들었더니 이젠 또 자율에 맡기겠다고 해서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의전원이 도입되면서 의학교육기관은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대학(가천의과대, 건국대, 경희대, 경북대, 부산대, 이화여대 등 15개)과 의대·의전원 병행 대학 12개, 의대 체제를 고수하는 대학(관동대, 단국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14개) 등 3가지가 존재하고 있다. 의대·의전원 병행 대학들이 모두 의전원을 폐지할 시 현재 3013명 중 54.5%(1641명)인 의전원의 정원 비율은 38% 수준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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