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진선여고 3학년 성기원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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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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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하니” 누군가 묻는다면 “꿈을 이뤄야 하니까”

《서울 진선여고 3학년 성기원 양(17)은 중학교 때 상위 3%에 드는 성적을 갖고 있었다.
외국어고를 나온 뒤 서울대에 진학한 친언니 둘을 보면서 성 양은 자연스레 외고에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충격이었다.
고등학생이 된 성 양은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딱히 찾지 못했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전체 447명 중 47등.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성적이 116등으로 더 떨어졌다.“언니들이 서울대에 들어가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게 부담이 되었는지 저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어요.”》

답답함에 성 양은 1학년 겨울방학 때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담임선생님의 관심과 칭찬은 성 양의 숨은 가능성을 일깨워주었다.

“담임선생님께서 제가 ‘금수회의록’을 읽고 쓴 감상문을 보시고 저에게 글재주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쓴 감상문은 인간을 변호하기 위한 탄원서 형식이었어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같은 로맨스 소설이나 시를 읽는 건 좋아했지만, 그동안 글 쓰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상담을 마치고 귀가한 성 양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저는 제 의견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고 또 제 생각을 남들이 공감해 주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제 생각을 글로 표현해 다른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좋은 의미의 영향력을 지닌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어요.”

꿈이 생기고 나니 공부에 욕심이 생겼다. 성 양은 “성적을 반드시 올려서 놀라운 성적표를 보여드리겠다”고 담임선생님에게 약속했다. 사실 그건 성 양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1학년 겨울방학부터 꿈을 향한 성 양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성 양은 국어와 영어, 수학과목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나마 성적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됐던 이유는 국어, 영어, 수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언어의 경우 지문을 대충 읽고 감으로 찍다 보니까 성적이 들쑥날쑥했어요. 그래서 ‘이젠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언어는 매일 지문 3개씩 반드시 공부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성 양은 언어를 ‘품’을 들여 공부하기로 했다. ‘백석’ 시인의 ‘여승’이란 시를 읽고 나선 시의 주제가 ‘분리된 가족 공동체’임을 외우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주제를 가진 시인의 다른 작품인 ‘수라(修羅)’를 찾아 공부했다. 또 동시대 다른 시인들의 작품을 찾아 비교해 보고 비평도 일일이 찾아보았다.

“시를 좋아하다 보니 자꾸 읽게 되고 궁금한 점도 생겼어요.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터득한 내용들이 언어영역의 시 문학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많은 학생이 어려워하는 시와 관련된 문제에 자신감을 갖게 된 성 양. 그러나 지문을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 ‘지독하게’ 분석하면서 읽기 보단 빠른 속도로 ‘쭉’ 읽어 내려가는 그의 읽기 습관은 비문학 지문을 맞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과학 관련 지문의 경우 낯선 개념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되새기지 않은 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해 지문을 또다시 읽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성 양은 핵심 단어들의 의미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독특한 독서법을 도입했다. 비문학 지문의 경우 모르는 개념어나 용어가 나오면 그 위에 ‘A’라고 표시한 뒤 해당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는 문장을 찾아 밑줄을 긋고 그 옆에 다시 ‘A’라고 표시를 하는 것. 마찬가지로 ‘B’라고 표시한 개념어를 설명하는 문장에는 ‘B’라는 표시를 달았다. 이런 방식으로 읽다 보니 어려운 개념어들과 그 의미만을 쏙쏙 추려 읽게 됐고, 결국 전체 지문의 내용과 흐름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성 양은 모의고사와 내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공부했다.

“내신시험이나 모의고사를 보거나, 논술대회나 백일장에 대비하는 일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어요.”

비문학에서 과학 지문을 정확히 ‘뜯어보며’ 읽는 습관은 논술대회에서 글을 쓰기 전 논리적인 개요를 짜는 데 도움이 됐다. 그래서인지 별도의 논술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성 양은 1, 2학년 때 교내 논술대회에서 각각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 성 양은 1학년 때 영어 내신시험 점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성 양은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모의고사의 독해문제인 17∼50번 지문은 문장 하나하나를 모두 한글로 해석해 써 옮겼다. 또 2002년부터 최근까지의 모든 모의고사와 수능 외국어 영역 문제를 뽑아 제본했다. ‘최고의 문제집은 기출문제’란 생각에 이들 기출문제 지문에서 중요해 보이는 문장은 모두 노트에 정리한 뒤 자기 전에 몇 번이고 읽었다.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성 양은 인문계 283명 중 6등을 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최상위권 학생의 공부법을 익히기 위해 그들을 ‘벤치마킹’했다.

“하루 종일 최상위권 친구를 관찰했어요. 쉬는 시간이 5분 정도 남았는데 그 친구는 수학 문제집을 꺼내더니 문제를 두 개나 푸는 거예요. 언어는 지문 하나를 풀었고요.”

성 양은 쉬는 시간 5분을 활용해서 언어나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상위권 친구들은 과목에 상관없이 모든 수업시간에 최선을 다해 듣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종교(불교) 수업부터 열심히 듣기 시작했어요. 수업을 열심히 듣는 습관은 주요 과목 수업에도 이어졌어요. 종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윤리 시간 불교에 관한 내용을 배울 때도 도움이 됐죠.”

2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성 양의 성적은 전교 8등.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언어, 수학, 외국어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성 양은 조만간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성적표를 보여드릴 생각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석교 기자 stayfun@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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