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SAT… 자원 봉사… 스펙 못 만들고 미국 돌아간다면 Oh,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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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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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학생의 ‘여름방학 25시’

《미국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6월부터 8월까지 이어지는 석 달간의 여름방학을 맞았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도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미국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국내의 고3 못지않게 분주하다.

미국 대학입시에선 성적만큼 다양한 활동을 중시하기 때문에 방학 동안 유학생들은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준비는 물론 대입에 필요한 ‘스펙’을 마련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유학생들의 쉴 틈 없는 방학생활을 들여다보자.》미국에서 12학년(한국기준 고3)에 올라가는 A 양(18)은 방학 동안 서울 강남구에 있는 SAT학원 인근 오피스텔에서 생활한다. 한국에 도착해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와 친척을 만나고 휴식을 취한 것은 단 사흘뿐. 시차에 적응하기도 전에 바쁜 생활이 시작됐다. 미국 중상위권대 진학이 목표인 A 양은 이번 방학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SAT 점수를 높이기 위해 ‘올인(다걸기)’하고 있다. 다른 유학생들처럼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고 입시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학원을 택했다.

23일 오전 6시. 알람소리가 A 양을 깨웠다. 학원에 가기 전까지 2시간 동안 학원숙제를 했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유형의 SATⅠ 수학문제를 이틀 동안 300개 푸는 과제. A 양은 농담처럼 “숙제를 다해 가지 않으면 학원에서 집에 보내주지 않는다. 숙제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아침식사는 삼각김밥으로 해결. 오전 8시가 지나자 A 양은 SATⅡ의 선택과목인 물리와 수학 숙제를 시작했다. 그는 2주 전부터 수학과 물리 과외를 하고 있다. 씻고 나갈 준비를 한 뒤 15분쯤 걸어서 학원에 도착했다. 오전 9시∼오후 1시는 단어, 독해, 쓰기 수업을, 오후 2∼5시엔 선택과목 수업을, 오후 5∼6시엔 취약과목 보충수업을 들었다. 한 시간 동안 단어 200개를 외우고 시험을 봤다. 오후 10시까지 남은 단어를 외우고 내일까지 해야 하는 학원 숙제를 했다.

오피스텔에 돌아와서도 쉴 수 없다. 봉사활동을 하는 한 인권단체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 인권 관련 기사와 게시물을 읽고 온라인상에서 회원들과 토론을 했다. 주말 지하철역에서 벌일 길거리 캠페인을 앞두고 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미국 학교의 클럽(동아리) 홈페이지에도 접속했다. 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A 양은 방학 중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부회장에게 모임에 관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밤 12시가 넘어 A 양은 요가를 시작했다. A 양은 “누구도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지시하지 않지만 대학에 가려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선택해 행동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요가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미국 대학의 입학요건은 주관적인 측면이 많은 데다 모든 요건을 학생이 선택해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많다. △SAT 점수 △대학과목 선이수(AP) 과정 선행학습(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에게는 필수) △토플 점수 △기업인턴 △대학이나 기관에서 주관하는 여름캠프 참가 △자원봉사활동 △에세이 작성(12학년) 등 해야 할 것은 많은데 석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은 짧기만 하다.

미국 대학에선 고교 때의 직장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학생에게 방학 동안 기업에서의 인턴은 필수코스에 속한다. 11학년이 되는 유학생 김모 군(17·서울 서초구)도 마찬가지. 그는 요즘 서울의 집이 아닌 지방의 한 기업 기숙사에서 머물고 있다. 지방에 본사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이번 달 말까지 2주간 학생인턴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김 군은 “연구 개발 분야와 관련된 기사를 영어로 요약하거나 친환경 제품 생산과 관련된 실험에 참관한다”고 했다. 7월 중엔 캄보디아에서 2주 동안 자원봉사를 한다. 올해로 3년째다. 김 군은 빈민가에 있는 자원봉사센터에 머물며 마을을 청소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김 군은 “9학년 때부터 SAT를 차근차근 준비했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했다.

유학생을 둔 학부모 이모 씨(43·서울 강남구)는 “유학생들 사이에선 SAT와 내신 성적이 지원할 학교를 결정하고, 활동이 당락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라면서 “일찌감치 SAT 공부를 시작했거나 내신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방학 동안 동남아시아로 단기 봉사활동을 떠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이모 군(16·서울 강남구)은 커다란 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왔다. 배낭에는 운동할 때 갈아입을 옷과 운동화, 세면도구가 들어있었다. 방학 동안 이 군은 오전에는 아이스하키나 테니스 개인레슨을, 오후엔 SAT 과외를 한다. 스포츠 활동은 유학생에게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학입시원서에 스포츠 관련 활동을 필수적으로 기록한다.

이 군은 “미국에선 공부만 죽어라 파는 인상을 주는 학생보다 ‘홀섬(wholesome·건강해 보이는)’한 학생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어떤 운동을 꾸준히 했는지 자기소개서에 반드시 기록한다”면서 “11학년 때 아이스하키 ‘캡틴(주장)’을 하고 싶어서 레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학교에 돌아가 새로운 클럽을 만들기 위해 방학 동안 한국에서 특별한 스포츠를 배운다. 이 군은 “낯선 종목의 클럽을 만들면 캡틴이 되어 리더십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펜싱이나 카약 등 개인레슨을 받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SAT전문학원인 데미덱어학원 전세련 부원장은 “보통 유학생들은 부모 덕분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쉽게 대학에 간다고 생각하지만 국내에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못지않게 할 것도 많고 스트레스가 많다”면서 “특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인이 직접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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