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을 비롯해 인천지역 10개 구군 중 8개를 싹쓸이한 야권단일후보의 취임 행보가 이전 단체장들과 사뭇 다르다. 실내가 아닌 야외광장에서 취임식을 치르는가 하면 청소 현장 등 민생 현장을 돌아보는 것으로 취임 첫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또 외부인사를 대거 기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공직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수위원회 활동 가운데 환경단체, 문화예술단체, 여성단체,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 장애인, 노인, 구도심재생지역 주민 등 각계 대표를 만나는 ‘소통과 참여를 위한 시민토론회’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송 당선자는 “그동안 불투명, 불통, 불신, 부실 등 ‘4불(不) 시정’으로 시민사회단체 불만이 높았다”며 “시민 목소리를 시정에 적극 반영해 ‘벽’을 ‘문’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주 지하철을 타고 있으며 취임 이후에도 대중교통으로 출근할 계획이다.
송 당선자의 취임식은 이 같은 의지를 담고 있다.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치러지던 취임식 관행을 깨고 다음 달 1일 오전 10시 인천종합문예회관 야외광장(소통의 광장)에서 열린다. 시민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했고 풍물패, 대북연주, 장애인합창단 공연이 이어진다. 무대 뒤편에는 시민 메시지 141개(인천지역 읍면동 수)를 ‘패널 장식’으로 꾸며 설치한 뒤 이를 조형물로 다시 개조해 인천시청 로비에 전시해 놓기로 했다.
그는 공보관, 비서실장 등 개방형 직위에 선거캠프 등에서 활동하던 외부인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특히 감사관까지도 공무원이 아닌 전문가로 교체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공직사회가 초긴장 상태다. 인천시 한 간부는 “외부인사 기용이 그동안 4명에서 그쳤는데, 감사관을 포함해 10명 가까이 당선자 측근으로 채워질 것 같은 움직임에 공무원 조직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단체장들도 파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 당선자(민주당)는 구청장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 0시를 기해 구청 청원경찰관을 찾아 격려할 예정이다. 이어 이날 오전 6시경 환경미화원들과 거리청소를 한 뒤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취임식은 구청 대강당에서 축사 없이 시민 대표들의 바람을 담은 ‘영상 메시지’를 듣는 등 간소하게 치러진다.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민주노동당)는 권위주의를 청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임식 초청 대상자는 소외됐던 주민 위주로 배 당선자가 직접 선정했고 화환 사절, 내빈소개 및 축사 생략 등을 취임식 원칙으로 정했다. 취임식 이후 구내식당에서 일반 직원과 점심을 먹은 뒤 재해 공사장, 방역현장 등을 돌아보기로 했다.
박우섭 남구청장 당선자(민주당)는 취임 첫날 지역현안을 안고 있는 지역과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민생 투어’부터 시작한다. 취임식은 첫 업무를 끝낸 이후인 오후 7시경 경인전철 주안역 광장에서 갖기로 했다. 그는 구정 목표를 공무원, 시민과 함께 정하기로 했다. 박 당선자는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다양한 소통을 통해 ‘비전’을 공유한 뒤 남구 발전을 위한 구정 목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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