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선행 배달’ 우체국장… 1억대 돈가방 주인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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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일 03시 00분


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 우체국의 박장수 국장(53·사진)은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암 투병 중인 부인을 돌보고 고속철도(KTX)를 타고 부산으로 가다가 옆자리에서 주인 없는 가방을 발견했다. 열차 안에서 잠을 자던 박 국장은 처음에는 옆 사람이 잠시 화장실에 간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가방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열차에서 내려 가방을 살펴보니 안에는 현금과 수표가 가득했다. 박 국장은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작은 수첩에 적힌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가방 주인을 수소문했고, 결국 김모 씨(74)를 찾아내 가방을 돌려줬다.

가방에 들어 있던 돈은 5만 원권 2000만 원을 비롯해 1만 원권과 수표를 합쳐 1억2000만 원. 김 씨는 충남 아산시에 사는 아들이 상점 계약금이 필요하다고 해 급히 돈을 마련해 KTX를 타고 가다 실수로 돈이 든 가방을 놓고 내린 것. 김 씨는 “나중에야 이를 알고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밥도 못 먹고 넋을 놓고 있는데, 부산에서 전화가 와 한숨 돌렸다”며 “눈 뜨고도 사기를 당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이렇게 양심 있는 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례를 하려 했지만 박 국장이 이를 사절하자 부산체신청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면서 2일 이 사연이 알려졌다. 박 국장은 “큰돈을 잃어버렸으니 상심이 컸을 것”이라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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