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초등생 성폭행 용의자 중학생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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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피의자는 피해자 오빠의 친구인 중학생으로 드러났다. 이 중학생은 피해자의 집에서 1㎞ 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고, 피해자 오빠와 함께 집에 놀러 온 적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친구 여동생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로 김모 군(15·중학교 3년)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1일 오후 4시경 달서구 성당동 A 양(13·초등학교 6년)의 집에 들어가 학원에 가기 전 혼자 컴퓨터로 음악을 듣고 있던 A 양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군은 경찰 조사에서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으며, A 양 오빠를 만나러 집에 갔다가 혼자 있는 A 양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 군은 전과가 없으며 학교에서도 퇴학이나 정학 같은 조치를 받은 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남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한 것은 중죄이지만 김 군 또한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인데다 우발적인 범행이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는 신중하게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군을 검거한 데에는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기 위해 시도된 최면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피해자 A 양은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기억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자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는 A 양에게 눈을 감고 대화를 하는 방법으로 최면을 걸어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더듬도록 했다. 몸 전체를 이완시켜 무의식 상태로 유도하자 A 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와 4학년 때 친오빠와 함께 있는 범인을 학교 운동장과 문구점 앞에서 각각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려 냈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최면수사에서 A 양은 "과거에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며 "사건 당시에는 흰색 티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 차림이었다"고 진술했다. 당초 범인의 인상착의로 알려진 검은색 티셔츠가 흰색 티셔츠 차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경찰은 최면에서 깨어난 A 양에게 앨범사진 속의 용의자 5명을 보여줬고, A 양은 2분여 만에 집 근처에 살고 있는 김 군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30분 뒤 김 군의 집에서 그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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