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12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낸 인천대교 인근 고속버스 추락사고는 안전거리 미확보, 삼각대 설치 등 운전자들의 안전조치 미흡, 부실한 도로 순찰, 허술한 도로관리 시스템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한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 사고 경위
4일 경찰에 따르면 3일 추락 사고는 편도 3차로 가운데 2차로를 달리던 천마고속버스가 앞서 가던 1t 트럭이 엔진고장으로 멈춰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와 추돌사고를 내자 이들 차량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일어났다. 마티즈 승용차가 2차로에 정차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1t 트럭은 승용차 왼쪽부분을 추돌한 뒤 중앙분리대와 부딪쳤다. 하지만 바짝 뒤따르던 고속버스는 이들 차량을 피하기 위해 오른쪽 방향(갓길 쪽)으로 황급히 핸들을 꺾다가 10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 안전불감증이 참사 빚어
마티즈 승용차 운전자 김모 씨(45·여)의 안전조치 미흡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차량의 비상등을 켰다”고 주장했지만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도로교통법 제66조(고장 등의 조치)에 따르면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표지(삼각대 등)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낮에는 자동차로부터 100m 이상 뒤쪽에, 밤에는 200m 이상 거리를 두고 도로상에 놓아야 한다. 법원 판결에서도 삼각대 미설치로 교통사고가 난 경우 운전자에게 20∼30%의 과실을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운행한 고속버스 운전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 사고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100km, 사고 당시 시속 100.2km로 달린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안전거리를 100m 이상 유지해야 하지만 20m 이내로 바짝 붙어 운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인천 중부경찰서 손일목 경비교통과장은 4일 브리핑에서 “고속버스 운전기사의 전방주시 의무 및 안전거리 미확보 과실이 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며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대교㈜의 순찰활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지점은 인천대교 연결도로(요금소에서 영종신도시 방향 500m 지점)로 인천대교㈜가 관리하는 구간이다. 인천대교㈜가 고장으로 도로 한복판에 15분가량 멈춰선 마티즈 차량을 사전에 발견하고 조치했으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4일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추락을 막지 못한 가드레일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공개된 현장에서 가드레일 밑부분은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고정돼 있어 부실시공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경찰 수사 상황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인 인천중부경찰서는 4일 오후 1시 고속도로에 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의 안전조치와 트럭, 고속버스의 운전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소방서, 도로교통공단과 합동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경찰은 가드레일 등 도로에 설치된 교통안전 시설물의 높이, 재질, 강도 적정성 여부에 대한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사상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경찰 조사와 사망자 장례 절차가 결정된 뒤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 가족들은 4일 ‘인천대교 버스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위원장 황병원·고 노정환 씨 처남)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장례 및 보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유가족 대기실 설치 등을 인천시에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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