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공공임대주택인 이곳 주민들에게 2년 전 추억은 ‘악몽’과도 같았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정신이상자가 자신이 기르던 기니피그(몸길이 30cm 내외로 성질이 온순한 고슴도칫과 동물)를 불에 태워 죽였기 때문. 그의 집 문 사이로 연기가 새어 나왔고 이를 본 이웃 주민이 신고해 겨우 불을 껐다.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했다. “3일 전에도 그가 기니피그 한 마리를 죽여 발코니 밖 화단에 버렸다”, “옷을 다 벗고 복도를 돌아다닌다”는 등 주민들의 목격담은 이어졌다.
#2. 한 여성 정신이상자는 매일 가스레인지를 켜놓는다. 몇 분 후 타는 냄새가 나 이웃 주민이 끄라고 말하면 오히려 욕을 퍼붓는다.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이 그를 찾아가 정부 요양원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웃 주민들은 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사고로 이어질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위의 두 내용은 SH공사가 공공임대주택 주민들로부터 받은 피해사례들이다. 일부 정신이상자나 알코올의존자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겪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특정 임대주택단지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프로그램 ‘공공임대단지 입주민에 대한 생산적 지원 방안’ 사업 계획을 6일 밝혔다.
○ 삶의 질까지 나쁠 순 없다
이 사업의 취지는 간단하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이상자와 알코올의존자를 자립시키고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웃을 구제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올해 1월 ‘장기 공공임대주택 삶의 질 향상법’이 시행된 것과도 맞물린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복지 차원에서 일반주민이나 공공임대주택 입주민을 모두 수혜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특정 임대주택단지 입주민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 사업에는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 등 복지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핵심은 정신이상자나 알코올의존자들의 자립 지원이다. 안찬율 서울시 주택국 주택정책과 주거복지팀장은 “서울시 17개 영구임대단지 내 정신이상자 또는 정신지체장애인 수는 1380명 정도”라며 “알코올의존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강서 노원 중랑 마포 등 4개 구에 사회복지사를 두고, 정신이상자들의 집을 방문해 상담을 할 예정이다.
○ 품앗이의 부활
삶의 질 향상 프로그램에는 품앗이를 주제로 한 것도 있다. 서울시는 주민 화합이 비교적 잘되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로 봉사하게 하는 품앗이 프로그램 ‘S(서울)-머니 사업’을 발표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봉사를 원하거나, 하고 싶은 내용을 올려 서로 돕게 한다는 내용. 봉사를 할 때마다 ‘S-머니’가 쌓이고, 이를 체납 임대료나 관리비 납부에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프로그램을 강서구 방화동, 중랑구 신내동 등 2곳의 영구임대주택단지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 분양 아파트 주민과 임대아파트 주민의 갈등을 풀기 위한 ‘입주자 공동체 활성화 사업’도 내놨다.
서울시는 다음 달 2일부터 이틀간 사업자 모집을 한다. 사업 기간은 9월부터 내년 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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