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수학여행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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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학급 규모의 47개 코스 테마여행으로 대수술

2000만원 이상 계약땐 전자입찰 실시로 비리차단

같은 학년 학생 전체가 한 곳으로 떠나던 초중고교 수학여행이 소규모 테마여행 형태로 바뀐다. 수학여행 코스도 인터넷에서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자공개경쟁 시스템 확대 △계약 공개범위 확대 △저소득층 학생 참가비 지원 등을 담은 ‘수학여행·수련활동 제도개선 및 운영 지원 방안’을 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소규모 수학여행을 희망하는 학교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수학여행 코스를 선택해 2, 3학급 규모로 수학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수학여행 코스는 학부모가 50% 이상 참여하는 ‘수학여행·수련활동 활성화위원회’(가칭)에서 결정한다. 교과부에서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개발한 47개 수학여행 코스를 우선 나라장터에 올릴 예정이다.

교과부는 “예전에는 여행 기회 자체가 적어 수학여행이 교육과정보다 여행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 이제는 수학여행이 ‘교육과정의 연장선’ 구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테마형 여행이 더 어울린다”며 “소규모 수학여행은 여행경비 산출이 상대적으로 쉬워 계약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비리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리 방지를 위해 수학여행·수련활동 계약 공개 범위도 ‘2000만 원 초과’로 확대된다. 현재는 5000만 원 이상일 때만 의무적으로 나라장터를 이용해야 한다. 계약 금액이 2000만 원을 넘을 때는 학교에서 조달청 등록 업체 최소 5곳으로부터 2차 제안서를 받아야 한다. 가격 경쟁을 통해 학생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교과부는 또 수련시설 등급제 및 수련활동 프로그램 인증제를 통해 ‘품질 관리’에도 나서기로 했다. 수학여행 이후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홈페이지에 올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평가결과가 떨어지는 업체는 입찰 참가 제한을 받게 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저소득층 학생 참가비를 업체에 부담시키는 관행도 수학여행 프로그램 품질을 떨어뜨리는 이유”라며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그 교장들에게 수학여행은 수천만원 ‘뒷돈 여행’ ▼

학생 1명=1만원, 버스 1대=3만원 챙겨

전현직 36명 불구속 입건 102명은 교육청 통보

관광버스업체인 H관광 대표 이모 씨(54)는 2006년 1월부터 4년간 수도권과 충남 지역 학교장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우리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버스 대당 하루 2만∼3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소개해주는 숙소까지 이용하면 학생 1인당 약 8000원을 더 얹어 주겠다고 했다. 경북 경주의 ‘J유스호스텔’ 대표 진모 씨(78)도 비슷한 방식으로 교장들에게 학생 1인당 최대 1만2000원의 돈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이런 방식으로 두 업체가 교장들에게 뿌린 돈은 6억8000여만 원.

교장들은 이런 ‘검은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 김모 교장(60)은 학생들이 수학여행 때 이들 업체를 이용하도록 하고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총 2820만 원을 챙겼다. 김 교장처럼 2000만 원 이상을 챙긴 교장은 6명, 1000만 원 이상∼2000만 원 미만을 챙긴 교장은 8명이었다. 22명의 교장은 500만 원∼1000만 원을 챙겼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수학여행, 단체 현장학습과 관련한 숙소, 관광버스 업체 선정 과정에서 편의를 봐 주고 수백∼수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초중학교 전현직 교장 138명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500만 원 이상의 뒷돈을 받은 3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102명은 관할 교육청에 통보했다. ‘비리 교장’들에게 뒷돈을 준 버스회사, 숙박업소 대표들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기 수학여행지를 중심으로 관광버스업체와 유스호스텔 등 숙박업체들이 지나치게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교장들에게 뇌물을 주는 관행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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