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여중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또래 걸그룹처럼” 색조화장
1315겨냥 제품 잇달아 나와
학교 “규제 어디까지” 고민

9일 오후 7시경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 명동점. 서울 강서구 화곡동 모 중학교 2학년 이모 양(14)과 김모 양(14)이 교복 차림으로 열심히 화장품을 고르고 있었다.

평소 등교할 때 아이라이너로 눈매를 또렷하게 한다는 이 양은 “화장을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6학년 때는 꽤 시간이 걸렸으나 지금은 쓱싹 금세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양은 친구들과 놀러 다닐 때는 얼굴에 팩트, 속눈썹에 마스카라도 바른다고 했다. 김 양은 이날 가방 속 파우치 안에 BB크림과 립틴트(입술에 엷게 바르는 색조화장품), 파우더, 속눈썹을 올려주는 뷰러 등을 갖고 있었다. 이 매장 직원 이혜림 씨는 “방과 후 화장품을 사러 오는 중학생 손님이 요즘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황정음 틴트’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사용했던 제품의 인기가 특히 높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1315세대’(13∼15세)가 화장품의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고교생과 대학생 등 젊은층을 타깃으로 했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의 소비자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 “마스카라와 립틴트는 기본”

9일 동아일보는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중 1, 2, 3학년 여학생 전체 172명(응답자는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여학생의 63.6%가 ‘스킨과 로션 이외의 화장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메이크업베이스와 자외선차단제 기능을 함께 갖춘 BB크림을 바른다는 학생도 전체 응답자 중 68.2%에 달했다. 또 7.4%는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립틴트와 립글로스 등 색조화장을 한다고 답했다.

스킨과 로션 이외의 화장을 하는 여학생(68명) 중 절반인 34명이 중 1 때 시작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다는 학생도 17명(25%)이나 됐다. 이들은 신체 결점을 보완하거나(48.5%), 예뻐 보이기 위해서(25%), 혹은 호기심(19%) 때문에 화장을 한다고 했다. 주로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중저가의 로드숍 브랜드가 대부분으로 에뛰드하우스, 투쿨포스쿨, 더페이스숍,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미샤 등이었다. 이들 브랜드 제품의 가격대는 6000∼2만 원 정도다.

○ 걸그룹 영향, 부모도 관대해져

화장품 업계는 점차 어려지는 ‘걸그룹’의 증가를 여중생 화장 증가의 한 이유로 꼽는다. 에뛰드하우스 홍보 담당 양지은 씨는 “자기 또래 연예인들이 하이힐과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치장하는 걸 보고 중학생들이 색조화장조차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예전보다 덜 엄해졌다. 주부 권순애 씨(41)는 최근 이마에 여드름이 생겨 고민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 딸과 함께 화장품 매장에 들러 각종 기초 화장품을 사 주면서 분홍색이 도는 립밤도 함께 사 줬다. 권 씨는 “요즘 10대 초반에도 화장을 많이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딸이 앞으로 BB크림을 사 달라고 하면 사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선 학교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중앙중 구재원 생활지도부장은 “학교 규정상 학생들의 화장은 금지돼 있고 화장이 학업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학생 인권보호 차원에서 가벼운 화장은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이미하 인턴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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