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MBC 드라마 ‘김수로’ 제작비 가압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작가 “제작사서 계약 일방해지… 5억7600만원 물어내라”

“이제 대본 그만 쓰셔도 됩니다.”

가야국을 세운 김수로 왕의 일대기를 그린 MBC 주말드라마 ‘김수로’의 대본을 써온 작가 김미숙 씨는 지난달 제작사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대본 내용 등으로 김 씨와 갈등을 빚어오던 제작사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 지난해 7월 1억9000만 원에 집필 계약을 한 뒤 드라마 전체 줄거리를 짜고 대본을 써오던 김 씨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김 씨는 “계약 조건대로 위약금 5억7600만 원을 물어내라”며 법원에 소송과 함께 채권 가압류 신청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53단독 이명철 판사는 최근 김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소송 선고 이전까지 MBC가 드라마 제작사에 줄 돈 가운데 5억7600만 원을 가압류한다”고 결정했다.

서울서부지법도 또 다른 작가 A 씨가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내라”며 드라마 제작사를 상대로 낸 7000만 원의 채권 가압류 신청을 최근 받아들였다.

이처럼 드라마 제작사와 작가 사이에 분쟁이 잇따르는 것은 ‘한류 열풍’ 이후 대박을 꿈꾸는 제작사가 늘면서 이들이 거액의 계약금을 내걸고 인기 작가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 못해 비용 부담이 커지거나 작가와 제작사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동지’가 ‘원수’로 변한다는 것. 한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들이 방송 편성권을 따내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써가며 인기 작가와 배우 등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며 “이 과정에서 작가들의 몸값이 높아진 것도 분쟁이 잦아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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