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공학교육, 자작車대회만 한 게 없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 대학생자작車대회 15년째 이끄는 영남대 황평 교수

2001년 국제대회로 승격… “전기車나올 정도로 수준 발전”

공대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자동차 옆에서 포즈를 취한 황평 교수. 그는 “이 대회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생자작차대회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공대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자동차 옆에서 포즈를 취한 황평 교수. 그는 “이 대회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생자작차대회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매년 7월 초순 영남대에서 열리는 ‘국제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 공학도들이 직접 만든 125cc급 자동차가 본격적인 대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경산시내를 퍼레이드하는 모습은 이제 경산시민들에게 익숙해졌다. 7∼10일 열린 15회 대회에는 이란 팀을 포함해 42개 대학 55개 팀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이 대회를 1996년 국내 처음 시작한 영남대 황평 교수(55·기계공학부)는 12일 “10여 년 전에 비해 자동차의 성능이 굉장히 발전했다”며 “대학생들이 열정으로 똘똘 뭉쳐 직접 만든 자동차를 뽐내는 모습을 보면 내 가슴도 뛴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는 울퉁불퉁한 산길 4km 구간을 3시간 반 동안 19바퀴를 질주한 창원대팀이 차지했다. 학생들이 만든 자동차의 속도는 시속 80km가량이다.

황 교수는 자동차 강국인 미국에서는 공학교육을 어떻게 하는지를 조사하다 미국자동차협회(SAE)가 주최하는 대학생자동차대회에 주목했다.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자동차를 모아 대회를 열면 자동차에 대한 생생한 공부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그는 1995년 학생들과 ‘유새’라는 자작자동차 동아리를 만들었고, 다음 해부터 전국대회를 시작했다. 2001년에 SAE 공인을 받아 국제대회가 됐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서너 명이 팀을 이뤄 자동차를 제작하는 한편 설계와 안전, 산학협력 보고서 등을 제출해 평가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 필요한 시간은 1년가량. 대회에 참가하면 자동차 실력뿐 아니라 기업현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는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한 팀이 참가했다. 이 대회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다. 황 교수는 “자동차에는 기본 부품이 5000여 개 필요한데 기계 부품을 기본으로 전자 부품이나 고무 등 비금속 부품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자동차가 만들어진다”며 “특히 전자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져 지금은 차량 가격의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은 자동차 부품산업이 발달해 현대자동차는 자사가 사용하는 부품의 25%가량을 대구와 경북에서 조달하고 있다.

그는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둘러싸고 독자적인 부품 설계 능력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며 “이 대회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학생자작차대회로 발전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토양이 되도록 기업과 지자체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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