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천안함 대북조치’ 줄줄이 멈칫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① 대북 심리전 재검토
② 서해훈련 장소 변경
③ 개성 인력 탄력운용
③ 6자공세 대응 자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 나온 이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의장성명을 계기로 천안함 사건 이후 대결구도로 치달았던 남북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정책기조의 변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는 12일 북한군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북 심리전 재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우리가 확성기 등 방송 시설을 설치하고 전단 작전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심리전이 시작된 것”이라며 “시기와 실시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전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로 할 수는 없다”며 “남북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현재 군 당국은 심리전 재개와 관련해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한 만큼 지금 단계에서 대북 심리전을 하면 마치 우리가 도발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당초 서해에서 실시하기로 했던 연합 해상훈련을 서해가 아닌 동해나 남해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서해에서의 한미 군사훈련에 반발하고 있고 북한도 이 훈련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 해상훈련의 장소 변경이나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것은 대규모 무력시위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던 기존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축소했던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다시 늘리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1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유연성 있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약 500명 선으로 제한된 개성공단 체류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24 대북조치’에 따라 신변안전 우려를 이유로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평일 기준 기존 1000여 명에서 절반 규모로 축소했다.

북한의 6자회담 제안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북한 외무성이 10일 “(안보리가) 똑똑한 판단이나 결론도 없는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결속했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데도 외교통상부는 이를 반박하는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외교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며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이라는 원칙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중국까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다만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6자회담을 위한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이 사실이고 천안함 사태로 바닥을 쳤다고 본다”며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국면을 정리하고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태도 변화 징후가 보이지 않는 한 당분간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외의 급진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13일 오전 10시 개최하기로 한 대령급 실무회담이 남북관계의 기조 변화에 첫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천안함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영관급 접촉을 하자고 북한군 판문점 군사대표부에 제안했고 북한군은 9일 이 제안을 수용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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