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른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응시하지 않은 학생은 강원과 전북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강원 140명, 전북 172명이었다. 이는 해당 지역 교육감이 시험을 보지 않아도 결석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북도교육청은 13일 초등학교 16개교 85명, 중학교 13개교 80명, 고등학교 2개교 7명 등 31개교 172명이 평가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주시내 한 중학교 교감은 “이번 평가와 관련해 12일 하루에만 7개 등 모두 15개의 공문이 왔고, 내용도 다섯 차례나 바뀌었다”며 “대부분의 학교에서 대체학습 프로그램 운영과 결석 처리 방침을 놓고 마지막까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날 “전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이 교육감의 대체 프로그램 실시 방침과 상반되는 공문을 과장 전결로 일선 학교에 보내 학교현장을 혼란으로 내몰았다”며 “인사조치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시내 A중학교는 12일까지 20여 명이 응시하지 않기로 했으나 교장과 교사들의 설득으로 7명만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응시 학생들은 영어 시험시간에는 영어작문, 사회 시간에는 사회 관련 독서, EBS 시청과 감상문 쓰기 등으로 대체학습을 진행했다.
13일 강원도에서는 30개교 137명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지 않고 학교별로 마련된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날 응시율은 97.5%로 지난해 97.9%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2008년 97.3%에 비해서는 소폭 상승했다.
2학년 240명 가운데 9명이 평가에 응하지 않은 홍천여고에선 이날 오전 9시부터 전산실과 도서관에서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은 총 4교시로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시스템 활용 방법 및 기록, 청소년 직업흥미검사 및 적성검사, 노래로 익히는 외국어, 독서교육으로 구성됐다.
홍천여고에 따르면 미응시 학생들 대부분이 잦은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평가에 응하지 않았다. 최근 모의고사와 기말고사를 잇달아 치른 탓에 학생들의 시험 스트레스가 누적돼 있었다는 것.
동해 창호초교는 6학년 18명 가운데 11명이 평가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학교가 마련한 독서 활동과 보건교사의 성교육 등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거부 433명 어떻게 되나 ▼ 학교장 판단따라 무단결석 - 결과 처리
13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한 학생 433명은 대부분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무단결석 또는 무단결과(缺課)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체험학습을 이유로 등교하지 않은 학생 87명은 무단결석으로, 등교 후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346명은 무단결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무단결과는 등교는 했지만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3회 무단결과는 1회 무단결석이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부모의 교육철학에 따라 시험을 거부할 경우 무단결석 대신 기타결석 처리한다”는 당초 방침에서 “학교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경기도 역시 “등교하지 않고 시험에 불참한 학생은 무단결석 처리하되 등교 후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학교장 중심으로 충분한 의견을 청취하고 교육적 차원에서 알맞은 대응조치를 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이 경우 사전에 학교장의 승인을 받고 체험학습을 갔다면 무단결석으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교과부 집계에 따르면 사전 승인을 받은 뒤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일선 학교장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내 한 고교 교장은 “기타결석은 집안 사정이 있다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을 때만 인정해왔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교육은 정치실험 대상 아냐” ▼ 전북의회 민주의원 3명 金교육감 정책에 제동
전북도의회 의원들이 13일 교원평가 반대와 전국 학업성취도평가 실시 거부 등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교육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북도의회 이상현 교육위원장과 김현섭, 조형철 의원(이상 교육위원) 등 민주당 의원
3명은 이날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은 정치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시행에 앞서 심도 있는 검토가 바람직하고, 지금처럼 사사건건 교과부와 맞설 경우 그 피해는 학생과 학교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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