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노원구 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김남교 씨(46·서울 노원구). ‘코끼리’라 불리는 장애인용 운동기구에 앉아 근육 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 씨 옆에는 권중희 씨(57)가 있었다. 활동보조인 권 씨는 중증장애인인 김 씨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들로 김 씨를 옮겨 주고 운동도 도와줬다.
김 씨가 처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다. 13년 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동네의원 의사는 김 씨 머리를 절개한 뒤 수술이 어렵다며 도망을 갔다. 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깨어나 보니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김 씨는 “사고가 있기 전 유도 5단이었다”며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죽고만 싶었다”고 말했다.
다니던 전자회사는 그만둬야 했고 병수발 5년 만에 아내도 아들 둘을 데리고 떠났다. 그 때부터 김 씨의 아버지가 김 씨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김 씨의 아버지는 자신보다 무거운 김 씨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김 씨는 매일 누워만 지냈다. 김 씨는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예산난에 국회 법안발의도 불투명 현 20%만 자립-사회생활 도움받아
김 씨의 삶은 2년 전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으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매일 복지관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고 하루 4∼6시간씩 운동을 했다. 몸을 움직이니 100kg에 육박하던 체중도 20kg이나 빠졌다. “혼자 서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아들을 보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재활 병원도 간다.
활동보조서비스는 김 씨처럼 중증장애인의 신변처리, 가사, 사회활동을 돕는 서비스다. 2005년 시작된 활동보조서비스는 만 6∼65세 미만의 1급 장애인이 대상이다. 1급 중증장애인 15만 명 중에서 활동보조서비스 등급인정심사를 따로 받은 3만 명가량만 혜택을 받고 있다. 등급에 따라 40∼100시간까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소득에 따라 월 2만∼8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증증장애인 자립생활 시범사업 평가 및 모델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중증장애인들의 만족도는 평균 5점 만점에 4.01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활동보조서비스로 일상생활 활동이 1주일 평균 2.92회에서 8.81회로, 의료기관 이용횟수가 0.97회에서 2.81회로 증가했다. 또 ‘직업유지 및 신규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5점 만점에 1.97점에서 3.34점으로 상승해 근로 의욕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중증장애인 전체로 확대해 ‘장애인 장기 요양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장애인 장기 요양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7년 4월 통과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장애인이 제외되면서부터다. 당시 국회는 시범사업을 먼저 실시한 뒤 올해 6월까지 장기 요양 보장제도를 포함한 장애인종합복지대책을 보고하도록 의결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라디오 연설에서 내년부터 장애인요양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내년 도입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 장애인 장기요양제도 예산으로 시범사업비 60억 원만 신청했다. 정기국회에 법안이 발의될지도 확실치 않아 내년 도입 자체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용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외국에서는 시설을 벗어나 자립생활을 돕는 쪽으로 이미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며 “활동보조서비스는 돌봄 일자리가 생길 뿐 아니라 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생산적 복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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