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을 맡아 죄송합니다. 시장님의 의중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사표
를 내라는 소리인가요. 이런 식으로 내모는 건 너무 하지 않나요.”(9일
인천시 자치행정국장과 모 지방공사 사장의 대화)
“시장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이 서로 시청에 들어가려 하니, 제가 들어갈
자리는 없을 것 같네요.”(송영길 인천시장 측근의 한탄)
“해도 너무한다” 반발 일자 인천시 인사개편 일단 중단
“선거 공신들 자리 만드나” 개방직 확대도 의심 눈초리
송영길 인천시장의 ‘측근 인사’로 인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수도권 유일의 야권 광역단체장인 송 시장은 취임 직후 요직에 자신의 핵심 참모를 배치하거나,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측근들을 데려다 쓰기 위해 개방형 직책을 늘리는 조례 개정에 착수했다. 이어 안상수 전 시장이 임명한 공사와 공단 임원들의 사표 제출을 종용하면서 안보특보, 경제특보 등 시청에서 활동하던 전문가들이 줄사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은 ‘소통행정’, ‘투명행정’, ‘전문행정’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정책에 구현할 인물을 뽑는 인사에는 이런 원칙들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시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무부시장에 선거 당시 송 시장 비서실장을 지낸 신동근 씨를 임명하고, 송 시장 고교 동창생이면서 수석보좌관을 지낸 김효석 씨를 비서실장에 앉히는 등 인천시 변화를 주도할 요직에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측근 인사가 대거 포진됐다는 것이다.
또 송 시장은 전임 시장 측근으로 분류됐던 자치행정국장, 총무과장, 자치행정과장, 인사팀장을 전격 교체했다. 개방형 직제를 대폭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정책평가담당관으로는 30대의 S씨, 법무담당관에는 선거 캠프에서 법률 자문을 한 변호사를 기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산하 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물갈이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해 원성을 사고 있다. 자치행정국장으로부터 자진사표를 종용받은 모 공사 사장은 “법에 정해진 결격사유가 있다면 물러나겠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잔여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사표를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각종 사회단체 임원들에 대한 ‘사퇴 압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인사 잡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송 시장이 참석한 인천지역의 한 조찬모임에서는 주최 측 인사가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것도 아닌데, (인사잡음 등으로) 인천 시민의 긍지와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송 시장을 질책하는 발언을 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송 시장은 ‘무리한’ 인사를 중단하고 지역현안 해결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12∼13일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를 잇달아 방문하고 국고 지원을 요청했다. 내년도 국고지원을 2조4817억 원 요청했으나, 심의과정에서 6000여억 원이 깎인 1조8912억 원만 확보해 비상이 걸린 때문. 이어 송 시장은 13일 구청장, 군수와 첫 간담회를 열고 지역별 현안을 협의했다.
인천시 신동근 정무부시장은 “개방형 직제가 늘어나더라도 외부인사 기용은 전문가 위주로 최소화하고, 대규모 인사개편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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