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은폐… 교육청 “무단결과 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서울서 高2 50여명 무더기 미응시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겠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첫째 날인 13일. 서울 영등포고 2학년 2반 학생 전원은 1교시 시험을 보지 않았다. 이 사실이 옆 반으로 알려지면서 시험 거부 사태는 학교 전체로 퍼졌다. 1교시에 36명, 2교시에 59명, 3교시에 50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영등포고는 전원이 시험을 치렀다고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했다. 시교육청은 뒤늦게 이 학교에서 벌어진 대량 미응시 사태를 파악하고 14일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2반 학생들은 아침 조회 시간에 담임교사에게 “우리는 대체학습 안 하느냐”고 물었다. 전교조 소속인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대체학습을 해도 된다는 교육청 공문이 내려왔다. 시험 안 볼 사람 있느냐”고 말했고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담임교사는 교장, 교감, 학년부장과 회의를 했고 대체학습을 인정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2교시에는 역시 전교조 소속인 3반 담임교사도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15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 다른 학급에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른 학급은 10학급 중 4학급뿐이었다. 14일에는 서울 대영중에서도 32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서울남부교육청은 “2교시 시작 전 학생 60여 명이 감독 교사에게 시험 거부 의사를 밝혀 시험을 보도록 설득했지만 32명이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두 학교 외에도 서울시내 6개 학교에서 70명이 등교 후 시험 거부를 했다고 주장해 시교육청이 집계한 55명과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생들을 교육과학기술부 지침대로 등교 후 미응시 학생으로 분류해 ‘무단 결과(缺課)’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단, 최종 판단은 학생 출결에 대한 권한을 가진 학교장에게 맡긴다. 영등포고의 한 학생은 “시험을 안 보면 무단 결과가 된다는 건 몰랐다”며 당황스러워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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