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외과수술을 마취 없이 실시하는 경우도 있고 주사기, 병상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보건·의료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제앰네스티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북한 건강권 보고서'를 발표했다.
탈북 주민 40여명과 이들을 치료한 국내 의료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의약품이 없어 제 기능을 못하는 북한의 병원과 영양실조 탓에 발생하는 전염병 문제 등이 기록됐다.
면담에 참여한 주민들은 "북한의 병원에서는 소독하지 않은 피하주사 바늘을 사용하고 있고 병상의 침대 시트도 정기적으로 세탁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보고서에는 원칙적으로 무료인 의료서비스가 1990년대 이후에는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변질돼 기본적인 의료 상담만 받으려 해도 의사에게 담배, 술, 식량을 줘야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사나 수술이 필요하면 현금을 주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보고서는 "시장에서 의약품을 구한 다음 장사치의 말만 듣고 임의 투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정부는 상당수 북한 주민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 오던 중독성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금지한 바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최근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보건의료비 지출이 1인당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전 세계에서 보건·의료 지출이 가장 낮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앰네스티 캐서린 베이버 아시아ㆍ태평양 부국장은 "북한은 주민의 가장 기본적인 건강ㆍ생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한 앰네스티의 우려도 심각하다. 한 비정부기구(NGO)에 따르면 올 1월과 2월 사이 북한 내 한 지역에서만 수천명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2009년 12월 단행한 화폐개혁 이후 쌀 가격도 배 이상 폭등했다. 일부 주민은 배고픔을 달래려고 풀, 나무껍질·뿌리 등으로 연명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런 영양실조 탓에 결핵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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