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카운슬러 앨런 워커가 쓴 책 ‘영혼을 위한 휴가’에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쉬어야 좋은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생활 속에서 즐기는 휴가’ 편에 도시에서 음악과 미술 등 문화를 즐기며 쉬는 법을 소개했다. 그는 “휴가를 맞아 무조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휴양지로 떠나는 것이 정답이 아닌 시대가 됐다”라고 말한다. 영혼을 촉촉이 적셔줄 예술을 즐기며 여유로움을 찾는 것, 그것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정의했다.
휴가는 이제 ‘놀러가는 시간’이 아니다. 한산한 도심에서 싸고 유익하게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호텔에서는 ‘행복을 그린 화가-르누아르전(展)’ 관람을 할 수 있는 숙박 패키지를 내놓을 정도다. 도심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공연, 전시 등으로 휴가를 보내는 이른바 ‘문화휴가’가 주목받고 있다. 조용히 재충전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는 각종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놨다. 대부분 무료거나 1만 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도심 문화휴가 시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 ‘지(知)’적인 여름
도심 문화휴가의 중심은 시(詩)다. 서울시는 시 낭송과 음악이 어우러진 ‘시가 흐르는 서울 詩 낭송회’를 매주 토요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시내 6개 지역에서 열고 있다. 선유도를 비롯해 서울숲, 서서울호수공원, 서래섬, 북서울꿈의숲,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 숲이나 공원에서 시인과 뮤지션이 함께 만드는 문화공연. 특히 다음 달 7일 선유도에서는 유명 시인 신달자 씨와 가수 한동준 씨가 출연한다. 이에 앞서 이달 29일 오후 9시 반에는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에서 시 낭송과 연극이 어우러진 공연 ‘연희목요낭독극장’이 열린다. 4명의 시인이 직접 쓴 희곡 작품을 낭독하는 동안 뮤지컬 배우들이 옆에서 연기를 하는 공감각적 무대다. 두 공연 모두 무료다.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는 피아노 연주와 와인 이야기를 섞은 이색 무료공연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가 29일 오후 7시 반에 열린다. 이 공연은 피아니스트이자 와인칼럼니스트인 최세라 씨가 와인을 주제로 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이와 관련한 와인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다.
영화도 빠질 수 없다. 동대문구는 7월 한 달간 청량리동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공포 영화만 모아 상영하는 ‘무료 공포영화제’를 열고 있다. ‘프랑켄슈타인’(18일 오후 4시), ‘월하의 공동묘지’(25일 오후 1시), ‘여고괴담’(25일 오후 4시) 등이 상영된다.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에서도 ‘샬롯의 거미줄’(31일 오후 4시), ‘시간을 달리는 소녀’(8월 1일 오후 2시) 등을 상영하는 무료 영화제가 열린다.
○ ‘동(動)’적인 문화체험
체험에 중점을 둔 문화 프로그램도 많다.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앞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자벌레(J-Bugs)’에서는 만화를 주제로 한 ‘한강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전(展)’이 다음 달 31일까지 열린다. 긴 원통 모양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빠져나가는 동안 클레이 애니메이션부터 3차원(3D) 입체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볼 수 있다. 체험을 주제로 한 만큼 단순히 전시에서 머물지 않는다. 만화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에서 움직이는 대로 느끼는 ‘4차원 무비카’도 마련돼 있다.
현장에서 생생한 문화 현장을 몸소 체험하고 싶다면 홍익대 앞으로 가면 된다. 2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은 뉴미디어아트와 영화제가 있는 영상축제다. 이어 다음 달 12일에는 인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라이브 공연 한마당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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