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김백한/술 문화만 가득한 대학… ‘진짜 문화’가 그립다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학 새내기로서 첫 등교를 하려고 지하철역에서 내렸을 때 학교 주변 시설을 보고 당황했다. 대학가는 학업을 위한 곳인 줄 알았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놀기에만 좋았다. 알고 보니 우리 학교 주변은 서울시내에서 유명한 먹자촌이었다.

학교 문만 나서면 당구장, PC방 같은 오락 시설과 술집을 접할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유흥업소 광고지가 땅바닥을 뒤덮었다. 미술관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연극 한 편 보려 해도 학교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멀리 이동해야 가능했다. 주변에 산책하며 담소를 나눌 공원, 건강을 위해 운동할 시설도 없었다.

캠퍼스 안도 마찬가지였다. 잔디나 호수 벤치에 가면 학생들이 밤새 마신 후 버린 술병이 뒹굴었다. 축제 때에는 주점 포스터가 캠퍼스 안을 도배했다. 술에 잔뜩 취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학생이 매우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학생이 책보다는 술과 가까이 지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밤새 학교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동아리 방이나 친구의 자취방에서 술에 취해 밤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토록 꿈꾸던 대학문화는 술 문화와 동의어였다.

더 큰 문제는 대학교 주변에 대학교만 있는 게 아니라 초중고교가 있다는 점이다. 등하교 길에 어린 학생들은 술에 취해 난리를 피우는 대학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꿈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려는 열정을 잃지나 않을지, 어쩌면 대학생을 모방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남보다 1년 더 공부해 들어간 대학인 만큼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았다. 하지만 술집 당구장 게임방만 가득한 학교 주변에서 어영부영 즐기다보니 덧없이 한 학기가 지났다. 나 스스로를 다잡는 일이 중요하겠지만 주변 환경이 도와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학기에 등교하려고 지하철역에서 내렸을 때 책 읽기 좋은 북카페 하나쯤 볼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다.

김백한 건국대 경영학부 1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