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원한 제국’ 작가로 잘 알려진 이인화(44·본명 류철균·사진)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1일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신문고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민원신청 사이트. 이 교수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내 게임업체 넥슨이 서비스하는 중국 웹게임 ‘열혈삼국’에서 현금 거래를 통한 승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열혈삼국은 소설 삼국지를 배경으로 성(城)과 장수 캐릭터를 뺏고 뺏기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교수는 이 게임이 처음 서비스된 3월부터 이모 전주대 교수 등 동료 교수와 대학강사로 ‘길드(연맹)’를 꾸리고 게임에 몰두했다. 4개월 동안 몰입한 결과 간신히 성 17채를 쌓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능력 있는’ 명장(名將) 캐릭터를 구하기 위해 1위 실력을 자랑하는 길드(지배연맹)에 현금 32만 원을 주고 11개의 장수 캐릭터를 구입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돈 받고 캐릭터를 판 길드 측에서 공격을 해 구입한 명장 캐릭터들을 모두 빼앗아간 것. 열흘간의 ‘전쟁’ 끝에 이 교수의 길드는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이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배연맹에 ‘판매조’와 ‘강탈조’가 따로 있는데 판매조가 현금을 받고 아이템을 팔면 강탈조가 다시 뺏어가는 식”이라며 “나를 비롯한 다른 교수들은 바보 취급을 당했다는 데 너무 큰 모욕감과 정신적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함께 모든 성과 장수를 잃어버린 전주대 이 교수는 정신과 진료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것.
이 교수는 “타인의 아이템을 강탈해서 파는 행위는 게임 약관상 명백하게 금지돼 있는데도 넥슨에서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아이템 현금 거래가 불법이긴 하지만 국내 온라인 문화 특유의 미덕을 믿고 돈을 건넸는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이 교수가 제출한 증빙자료가 신빙성이 떨어져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한 경찰은 “열혈삼국이 불법게임이 아닌 데다 별도 처벌 조항이 없다”며 9일 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에 이 씨는 13일 한 일간지에 칼럼을 실어 “돈 뺏고 사람 털어 버리는 중국산 게임이 한국에서 인기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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