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는 경북 김천시 남면에 11월 초 준공되는 고속철도(KTX)의 역 이름을 19일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통보해야 하지만 의견을 별도로 내지 않을 계획이다. 김천시는 ‘김천역’을, 인접한 구미시는 ‘김천·구미역’을 경북도에 각각 제출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천과 구미가 주장하는 역 이름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김천시는 김천에 역사가 건립되는 만큼 김천역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한다. 구미시는 역사(驛舍) 건립비용을 김천시보다 더 많이 부담한 데다 이용 승객도 김천보다 훨씬 많다는 이유로 역 이름에 구미가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싸움 때문에 2008년 8월에는 기공식도 열지 못했다. 김천 인구는 14만, 구미 인구는 40만 명가량이다.
김천시와 구미시는 맞서고 경북도는 조정을 못하자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김구역’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천과 구미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인데, 이웃 지역끼리 화합도 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선생이 20대 때 김천에 잠시 머물며 본명(김창수)을 ‘김구’로 바꾼 인연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전에도 김천과 구미가 통합하면 ‘김구시’로 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었다.
결국 이 역 이름은 코레일이 다음 달 초 역명제정위원회를 열어 확정한 뒤 국토해양부에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담당 부서 관계자는 “김천·구미역이냐 구미·김천역이냐를 놓고 다툰다면 몰라도 지금 같은 싸움은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이웃사촌으로 지내던 두 지역이 역 이름 때문에 원수가 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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