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우리 세 모녀 姓, ‘통일’로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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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50대 초등교사 법원에 신청 “통일 무관심 일깨우고 싶어”

“성(姓)을 바꿀 정도로 통일을 염원합니다. 우리 세 모녀의 성을 ‘통일’로 바꿔 주세요.”

16일 서울가정법원은 특이한 개명신청사건 3건을 접수했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사는 주부 김혜숙 씨(59·사진)와 쌍둥이 딸인 김찬미 찬송 씨(20)가 “성을 ‘통일 씨’로 바꿔 달라”며 성본창설 허가청구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허가신청을 법원에 낸 것. 성본창설 허가청구는 새로운 ‘성(姓)’과 ‘본(本)’을 만들도록 해달라는 신청이다. 본은 전주로 정했다. 다만 5남매 가운데 맏딸과 두 아들은 개명 신청에 동참하지 않았다.

어머니 김 씨는 “남북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성을 ‘통일’로 바꿀 것을 마음먹게 됐다”며 “딸들도 뜻을 같이하고 이번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17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고, 두 딸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김 씨는 “사회 지도층이 통일에 점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평범한 가족이지만 성까지 바꿀 정도로 통일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성본 창설을 허가하면 찬미, 찬송 씨도 ‘통일혜숙’ 씨의 성본을 따르게 돼 이름이 ‘통일찬미’ ‘통일찬송’ 씨가 된다. 2008년부터 시행된 가족관계등록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족이 협의한 경우 자녀가 어머니의 성본을 따를 수 있도록 돼 있다. 아버지도 큰 반대 없이 이번 일에 찬성했다. “평소 가족 모두가 통일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가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집안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법원은 성본창설의 경우 보통 한국 국적을 새로 취득한 귀화자가 새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 때에 허가하고 있어, 원래의 성본이 있는 김 씨의 경우 다른 성본의 창설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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