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 낳는다]‘지역 공동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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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강원남부주민’ 폐광주민이 만든 ‘카지노 일터’
‘봉강 꾸러미’ 年1억원 채소 택배 ‘텃밭 회사’

경북 상주시 ‘봉강 텃밭 꾸러미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꾸러미에 담아 도시민에게 판매할 마을 내 텃밭 농산물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주 수입 농작물 외에 텃밭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이어서 지역 농민이 쉽게 참여했다. 사진 제공 경북도
경북 상주시 ‘봉강 텃밭 꾸러미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꾸러미에 담아 도시민에게 판매할 마을 내 텃밭 농산물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주 수입 농작물 외에 텃밭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이어서 지역 농민이 쉽게 참여했다. 사진 제공 경북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된 ‘희망근로 사업’은 결혼이민 여성들이나 장애인 등 다양한 취약계층이 참여해 사회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올해 사업 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지속 자체가 불투명하다. 공공에서 만든 ‘괜찮은 일자리’였지만 한시적이라는 단점을 노출한 셈. 이에 따라 정부는 전국적으로 반영구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주민들이 만든 일자리 만들기 회사


태백, 정선, 영월, 삼척 등 폐광지역 주민 80여 명은 2000년 8월 강원남부주민㈜을 설립해 주민 일자리를 만들었다. 폐광 주민을 우선 채용해 카지노 등에서 경비, 청소 등의 일을 해나가자는 목표였다. 첫해 매출은 14억 원에 그쳤지만 지금은 연매출 240억 원에 직원 수는 670여 명으로 성장했다. 3년차 사원의 월급은 경비직 211만 원, 청소직 165만∼195만 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노사 양측이 무분규, 무교섭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안정규 강원남부주민㈜ 전무는 “우리 회사는 이익 창출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만들기가 목표”라며 “강원랜드 외 다른 대형건물의 관리 용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마을 텃밭을 일자리로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 주민 14명은 지난해 7월 ‘봉강 텃밭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 200여 명 중 여성농민회 회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 보자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집 주변 텃밭에서 가꾼 싱싱한 채소를 모아 도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좋은 사업이 되지 않겠느냐는 데 뜻이 모아졌다. 처음에는 평소 아는 사람 20여 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텃밭 채소를 한 박스에 담은 ‘꾸러미’를 판매했으나 지금은 입소문이 나면서 고정 고객이 120여 명으로 늘었다.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일주일 동안 집에서 준비한 콩, 두부, 계란, 콩나물을 기본 메뉴로 고추, 가지, 오이, 옥수수 같은 제철 채소를 갖고 집하장에 모인다. 소비자들은 그 다음 날쯤 텃밭 냄새가 가득한 채소와 반찬을 택배로 받는다. 소비자들은 한 달에 4번 꾸러미를 받고 10만 원을 보낸다. 1년 매출이 1억2000여만 원이다. 콩나물 재배를 담당하는 황재순 회장(50·여)은 “텃밭의 좋은 채소를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돼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있다”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러미를 싸다 보니 소비자들의 선호가 갈수록 커진다”라고 말했다.

○ 이익은 줄더라도 일자리는 늘려야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는 ‘㈜막퍼주는 반찬가게’가 있다. 이름에 걸맞게 갖가지 밑반찬을 싼값에 판매한다. 반찬 한 접시에 3000∼4000원이다.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동네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인공조미료와 방부제 등은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자동화시설도 없이 주민들의 ‘손’으로 모든 공정을 해결한다. 이익은 줄어들어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이 회사 목표를 엿볼 수 있는 대목. 특히 20여 명인 직원의 80% 이상을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 사람으로 고용하고 있다. 남는 반찬은 지역 저소득층 주민에게 기부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송정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밑반찬 요리강좌’가 열린 것을 계기로 문을 열게 됐다. 수강생들은 강좌에서 만든 반찬을 저소득층 주민에게 전달했고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 주민자치위원들이 100만∼500만 원씩 내놓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이 회사를 설립한 것. 박복실 과장은 “지역 주민의 노동력과 지역 우수 농산물이 결합한 회사라 강점이 많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춰 인기가 높기 때문에 일자리도 계속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와 행정안전부는 이런 지역공동체 사업장에 작업장 설치나 진입도로 개설, 판매처 소개 및 경영컨설팅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간접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행안부는 우선 내년 3월까지 이 같은 형태의 마을공동체 기업 232곳에 208억 원을 지원해 작업장이나 인터넷 판매망 등을 갖추게 할 계획이다. 박성호 행안부 일자리추진단장은 “주민들이 회사를 만드는 셈이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태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상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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