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노인마을 ‘이슬촌’ 이슬같은 생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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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 나주 이슬촌마을의 기적
산골 농촌서 체험마을로
작년 주민의 130배 방문

“대나무 물총 만들기 신나요”  전남 나주시 노안면 이슬촌 농촌체험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마을 안 정자에 둘러앉아 대나무 물총을 만들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대나무 물총 만들기 신나요” 전남 나주시 노안면 이슬촌 농촌체험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마을 안 정자에 둘러앉아 대나무 물총을 만들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전남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이슬촌마을. 나주평야가 한눈에 보이는 병풍산 자락에 자리한 아담하고 산세가 수려한 마을이다. 일교차가 심해 아침마다 풀잎에 이슬이 잘 맺힌다고 해서 ‘이슬촌’이다. 15일 오후 시골마을이 갑자기 시끌벅적했다. 농촌체험을 하러 온 초등학생들이 물총놀이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슬촌은 전체 주민의 80%가 60∼80대 노인이다. 68가구 150여 명이 벼농사를 짓거나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풍경은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지만 마을에는 1년 내내 관광버스와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이슬촌 방문객은 1만8000여 명. 주민의 130배가 넘는 사람들이 찾은 셈.

고령화가 심각했던 마을이 농촌체험에 눈을 뜬 것은 6년 전이었다. 이슬촌은 예부터 깻잎으로 유명했다. 부녀회는 1993년부터 깻잎 절임 사업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2000년부터 값싼 중국산이 밀려들자 다른 수입원을 찾아야 했다. 고민 끝에 녹색농촌 체험마을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나이 많은 어른들이 반대했다. 조용한 마을을 어수선하게 만든다는 게 이유였다. 김성님 이슬촌운영위원장(62·여)은 “깻잎 사업 노하우가 있으니 믿고 맡겨 달라고 설득했더니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체험이 어느 정도 성공하자 이슬촌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마을에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노안성당이 있고 주민 98% 이상이 천주교 신자인 점에 착안해 겨울에 이슬촌을 ‘크리스마스 마을’로 꾸민 것. 마을 입구에서 성당에 이르는 200m 벚나무 길을 형형색색의 트리로 꾸미고 성당 옆에 은하수 터널을 만들었다. 성탄엽서와 선물을 보내는 산타우체국도 개설했다. 핸드벨, 아카펠라 공연과 소망기원 촛불행사를 마련하고 이장이 직접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경운기를 루돌프 썰매로 꾸며 아이들을 태워주는 체험거리도 제공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열리는 축제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때만 8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마을을 찾고 주민이 재배한 농산물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김종관 이장(48)은 “지난해 축제기간에 판매된 농산물이 3000만 원이 넘는다”며 “주위에선 크리스마스 축제를 농한기 적막하기만 한 한국 농촌의 풍경을 바꾼 ‘작은 기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나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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