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대전 중구 대사동 갤러리 예향에서 박재홍 관장(왼쪽)이 전시장을 방문한 목원대 최영란 교수에게 부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그동안 손님을 건성으로 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경북 경주시에서 11년째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정순권 씨(49·황남동)는 22일 “이제 경주 관광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자세로 운전대를 잡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도(古都) 경주의 개인택시 운전사 27명이 5월 초순부터 시작한 11일간 99시간의 ‘달리는 경주 관광해설사’ 교육을 21일 마쳤다. 신라문화원에서 열린 수료식에는 교육생과 가족을 비롯해 최양식 경주시장, 김일헌 시의회 의장, 불국사 성타 주지스님, 박병훈 경북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조촐한 행사지만 이들이 참석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품고 있는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신라문화원은 경주 관광의 만족도를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택시 운전사를 주목했다. 관광객을 맞는 데 택시 운전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11월 초 고속철도(KTX)가 개통되면 택시 승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신라문화원은 경주지역 택시 운전사 1500여 명 가운데 개인택시 운전사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규모 일회성 교육보다는 소규모로 깊이 있는 교육을 선택했다. 문화유적 현지 답사를 비롯해 승객 응대법, 사진촬영 기법 등을 꼼꼼하게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주 1회 교육이지만 교육생 중 결석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주 택시는 6부제(5일 근무하고 1일 휴무)여서 교육생 대부분이 교육이 있는 11일 가운데 8, 9일은 일을 하지 못하고 참석했다. 이 때문에 100만 원 안팎의 손해를 본 셈이다. 교육생 대표인 정 씨는 “경주에서 태어나 일하고 있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경주를 다시 보게 됐다”며 “돈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답사 교육을 맡은 신라문화원 소속 전문가이드단인 ‘천년지기’의 김화숙 회장(48·여)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해 더운 날씨도 잊을 정도였다”며 “경주 택시 운전사분들이 모두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45)은 “택시 운전사들은 경주의 첫인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데도 그동안 운전사들을 위한 관광 가이드 전문 프로그램이 부족했고 택시 운전사들도 이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며 “이 교육이 활성화되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신라문화원은 내년 봄에 2기 교육을 할 예정이다. 최 시장은 “경주 관광이 살아나려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관광객을 정중히 맞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이 프로그램이 뿌리 내리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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