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4시 50분경 이모 씨(38)가 서울 잠실대교 중간 인도에 멈춰 서더니 주섬주섬 현수막 꾸러미를 풀기 시작했다. 현수막에는 ‘어머니가 위독합니다. O형 간 기증자를 구합니다. 큰 은혜 평생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씨는 현수막 한쪽을 가로등과 연결하고 다른 한쪽은 왼손으로 꼭 쥐었다. 오른손에 길이 19cm의 부엌칼을 든 이 씨는 지나가는 차량 앞에서 “장기를 기증해 달라”며 외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이 씨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다가서자 이 씨는 칼을 휘두르며 1시간가량 저항했다. 흔히 발생하는 잠실대교 자살소동인 줄 알고 출동했던 경찰은 이 씨가 어머니를 살리고 싶어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것을 알고 황급히 이 씨의 누나와 동생을 불렀다. 이들은 이 씨에게 “어머니의 간 기증자를 구했다”고 속여 칼을 버리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의 어머니는 인근 병원에서 B형 급성 간부전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누나(42)는 “동생은 엄마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런 것”이라며 “지금도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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