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문화재가 왜 교수님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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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연구 목적” 장물업자에 구입
1200여점 밀거래 4명 적발

4, 5년 전 도난당한 고서(古書)와 서화 등을 장물업자에게 산 골동품 업자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가 장물로 유통됐던 고서 1200여 점 가운데 한 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4, 5년 전 도난당한 고서(古書)와 서화 등을 장물업자에게 산 골동품 업자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가 장물로 유통됐던 고서 1200여 점 가운데 한 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껌껌한 물건(도난품)’이니 일정 기간 꼭 숨겨놔야 한다.”

여기서 ‘일정 기간’이란 문화재보호법위반죄의 공소시효인 10년을 뜻한다. 충청지역 모 대학 교양학부 김모 교수(47)는 장물업자 김모 씨(47·2007년 구속)로부터 이런 주의사항을 듣고도 개의치 않았다. 되레 “난 소장만 할 것이니 유통될 걱정 없다. 맘 놓으라”며 상대를 안심시켰다. 이렇게 김 교수는 중국학 연구를 내세워 2005, 2006년 암시장에 나도는 도난 문화재를 하나둘 사 모았고 어느덧 그의 집과 연구실은 900여 점의 고서적과 고문서, 고서화들로 가득 찼다.

전국의 유명 향교, 재실, 고택 등 30여 곳 등에서 도난당한 고문서 등 수천 점을 사고판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김 교수와 전문 장물업자 구모 씨(66) 등 4명을 문화재 취득 알선 등 문화재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문 장물업자 중 일부는 ‘일정 기간’의 약속을 어기고 ‘삼원참찬연수서(三元參贊延壽書·원나라 도교양생서)’와 ‘궁모란병풍’ 같은 귀중 문화재를 사들인 값의 3∼12배 가격으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고문서 등을 훔친 일당은 이미 2007년 검거됐으나 뒤늦게 유통 경로가 밝혀진 것.

구 씨 등은 2005년 7월∼2006년 12월 충북 충주시에 있는 한 골동품가게 등에서 장물업자 김 씨를 만나 총 211종 1271점의 고문서, 고서적, 고서화를 사들였다. 이들 문화재는 2005년 2월부터 전북 고창군 고창향교(전북문화재자료 제98호), 무장향교(전북문화재자료 제107호), 김정회 고가(전북민속자료 제29호) 등 30여 곳에서 도난당한 것들이다. 경찰은 “국보나 보물급은 아니지만 조선 전기 발간된 희귀 금속활자본 서적이 포함돼 있는 등 역사적으로 연구가치가 큰 것들”이라고 밝혔다.

도난문화재 중 일부는 국내 최대 문화재 전문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이용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구 씨 등이 도난문화재를 처분하는 데 이용한 인터넷 경매사이트 K업체 김모 대표(55)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 대표는 2008년 1월∼2010년 5월 국내 대표 문화재 경매사이트를 무허가로 운영하면서 51만여 건을 계약해 총 55억 원 상당의 고서적을 매매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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