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인 안모 씨(47)는 관내 수도 사용량 검침 내용에 이상이 있는지 살피는 일을 담당했다. 2004년 6월 안 씨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막 개업한 K스파 피트니스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직원 오모 씨(53)는 “수도 요금이 적게 나오면 사례하겠다”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 안 씨는 매달 2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오 씨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적자 상태였던 K스파 피트니스의 대표이사 노모 씨(64)도 “수도요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오 씨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안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계량기 조작 기술자 ‘안 선생’에게 연락을 했다. ‘안 선생’은 K스파 피트니스의 수도 계량기를 떼어내고 그 대신 검침 바늘이 천천히 돌아가도록 조작된 계량기를 달았다. K스파 피트니스 측은 안 씨에게 올해 3월까지 66차례에 걸쳐 6년간 모두 1억3000여만 원을 건네주는 대가로 2억1000여만 원이 넘는 수도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안 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1520만 원, 추징금 1억3110만 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오 씨와 노 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씨가 거액의 뇌물을 받아 상수도사업본부에 2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이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생계가 어려운 가족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양형기준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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