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파묻혀 모든 것을 던졌던 평검사 시절 어둠을 밝히고 사회를 지키는 ‘빛과 소금’이라는 명예와 자부심 때문에 살림은 쪼들렸지만 어느 부자 하나 부럽지 않았습니다.”
30일 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나는 박충근 대구서부지청장(54·사법시험 27회·사진)이 최근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올린 퇴임사는 24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강력수사의 별이 검찰을 떠나시는군요” “조폭 잡는 결기 있는 검사 한 분이 퇴직하시네요” 등 동료 검사들이 올린 100여 건의 댓글에는 정통 강력검사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내용이 많았다.
박 지청장은 연쇄살인범 온보현 사건, 신창원 탈주사건, 뉴월드호텔 앞 집단살인사건 등을 수사하는 등 1990년 5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면서 신설됐던 옛 서울지검 강력부를 중심으로 한 1세대 정통 강력검사의 막내뻘이다. 검찰에 몸담은 22년 동안 그가 손본 폭력조직은 서방파 목포파 신영광파 중앙파 OB파 계림동파 등 열거하기도 힘들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2, 3년 사이에 조승식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사시 19회),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사시 20회),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사시 21회)에 이어 박 지청장까지 검찰을 떠나면서 정통 강력검사의 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강력검사들은 숱한 폭력조직을 소탕하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조직폭력배의 협박과 음해가 끊이지 않고, 금융조세조사부 등이 선호 부서로 떠오르면서 강력부는 어렵고 힘들지만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는 ‘3D 부서’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이제 검찰에 남아 있는 정통 강력검사는 김홍일 대검 중앙수사부장(사시 24회),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조영곤 대검 강력부장(이상 사시 25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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