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나모 씨(32)의 골동품점에는 호랑이 가죽(사진)을 찾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호랑이띠 부인을 둔 재력가 A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호랑이띠 여자에게 호랑이 가죽이 영험한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터였다. 부귀를 가져다주고 잡귀를 몰아낸다는 호랑이 가죽을 넓은 집 거실에 깔아 놓으면 그만일 것 같았다.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크다는 백두산호랑이 가죽은 5000만 원을 웃돈다는 말이 나왔지만 A 씨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인 만큼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2008년 5월 신모 씨(49) 등은 중국 현지에서 350만 원에 구입한 호랑이 가죽을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 단둥에서 선박편으로 몰래 들여왔다. 항만 세관 통관 시 검색을 하지만 모든 짐을 다 뒤지는 게 아니라는 허점을 이용해 손쉽게 호랑이 가죽을 밀반입할 수 있었다. 골프 강사인 신 씨는 어렵게 구한 호랑이 가죽을 소장하려고 했지만, 나 씨가 비싼 가격에 사주겠다고 나서자 이를 되팔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호랑이, 스라소니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상업적인 거래가 금지된 동물의 가죽을 밀반입해 거래한 혐의로 신 씨와 나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이 중국에서 약 350만 원에 사들인 호랑이 가죽은 A 씨 같은 부유층에게 2000만∼5000만 원에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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