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출근해요/3부]“야근한 엄마들 푹 쉴수있게 오후 2시까지 아이들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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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1일 03시 00분


본보 캠페인 3호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아미어린이집’ 개원

29일 문을 연 경기 이천시 아미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와 영아들이 얼굴 익히기와 생활습관 배우기 연습을 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직장보육시설인 아미어린이집은 8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 엄마들을 위해 24시간 운영한다. 이천=강승리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29일 문을 연 경기 이천시 아미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와 영아들이 얼굴 익히기와 생활습관 배우기 연습을 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직장보육시설인 아미어린이집은 8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 엄마들을 위해 24시간 운영한다. 이천=강승리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하이닉스반도체 여성 근로자들은 8시간 3교대 근무를 한다.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는 직원들은 불규칙한 근무시간 때문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29일 문을 연 직장보육시설 아미어린이집은 이런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2세 이하 영아 23명을 받아들였지만 연말까지 3세 이상 유아를 비롯해 100명의 정원을 채울 예정이다. 아미어린이집은 동아일보의 ‘아이와 출근해요’ 캠페인에 동참했다.》

○ 3교대 근무에 맞춰 하루 종일 운영

30일 오전 5시 반 경기 이천시 사동리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정문 앞. 어스름한 새벽을 헤치고 아이를 안은 엄마들이 하나둘씩 아미어린이집을 찾았다. 이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반도체를 만드는 A조 근로자들. 엄마 품에 안긴 아이들은 대부분 새벽잠에 빠져 있었다. 어린이집 정문에 나와 있던 보육교사들은 아이를 넘겨받은 뒤 종종걸음으로 수면실로 향했다.


45분이 지난 오전 6시 15분경 여성 근로자 10여 명이 아파트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피곤한 표정의 이들은 어젯밤 10시부터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를 깎거나 메모리를 만든 C조 근무자. 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찾지 않고 그냥 아파트로 향했다. 보육교사들은 “야근에 지친 엄마들을 위해 아이들은 오후 2시까지 어린이집에서 돌보고 엄마는 그때까지 집에서 쉰다”고 말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어린이집 입구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러 온 B조 근로자와, 휴식을 끝내고 아이를 데려가는 C조 근로자들로 붐볐다.

A, B, C 3교대 근로자를 위해 문을 연 아미어린이집은 29일 개원식 이후 24시간 쉴 틈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한 살배기 딸을 맡긴 유선영 씨(33)는 “1년 전 휴직할 당시 아이를 이런 곳에 맡기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 씨의 동료 여직원들은 “작년까지는 갓난애를 친정집이나 민간 어린이집에 맡겼다”며 “보육료도 비싸고 아이 건강과 안전도 걱정돼 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배영수 원장은 “야근할 때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었던 어머니들의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밤 시간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정서 불안, 수면 장애를 막기 위해 담임교사제를 도입하고 수준별 학습과 보육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 지자체-기업-대학 합작품

29일 아미어린이집 개원에 참가한 오문식 경기도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권오철 하이닉스 대표, 조병돈 이천시장, 김인영 이천시의회
 의장, 김영환 청강문화산업대 총장(왼쪽부터). 아미어린이집은 동아일보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캠페인
 로고판을 정문 앞에 붙였다. 이천=강승리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29일 아미어린이집 개원에 참가한 오문식 경기도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권오철 하이닉스 대표, 조병돈 이천시장, 김인영 이천시의회 의장, 김영환 청강문화산업대 총장(왼쪽부터). 아미어린이집은 동아일보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캠페인 로고판을 정문 앞에 붙였다. 이천=강승리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29일 오후 개원식에 참석한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조병돈 이천시장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우리 회사가 해결해야 할 일인데…”라는 말을 연발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하이닉스에는 낮 시간대에 아이 130명을 돌보는 직장보육시설이 있었지만 0∼2세 영아를 24시간 맡아줄 시설은 없었다.

회사와 노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에 문을 두드렸다. 도는 2008년 10월부터 용지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회사 근처의 높은 땅값 때문에 용지 확보에 애를 먹었다.

경기도와 이천시, 하이닉스는 협의 끝에 회사가 아이파크 아파트 정문 앞 국유지를 사들이게 했다. 회사는 용지 매입 뒤 어린이집 운영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기로 했다. 회사가 매입한 용지는 이천시에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어 어린이집은 공립시설이 됐다.

보육시설이 사립에서 공립으로 바뀌자 정부의 예산 지원을 늘릴 수 있었다. 경기도와 이천시는 지난해 7월 예산 9억7200만 원을 확보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올 6월 아미어린이집이 완공됐다. 하지만 보육교사 충원이 쉽지 않았다. 특히 야간 보육교사들은 밤샘 돌봄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전문능력이 필요했다. 이천시 공무원들은 수소문 끝에 전문보육교사를 양성하는 청강문화산업대 유아교육과와 위탁 운영 계약을 맺었다.

조 시장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역의 자산인 기업의 노사와 지자체가 함께 뛰어 이룬 성과여서 값지다”고 말했다.

○ 주변 기업으로 확산될 듯

아미어린이집은 총면적 710m², 3층 건물로 정원은 영·유아 100명이다. 여성 근로자 80명은 개원도 하기 전에 입학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교사를 구하지 못해 0∼1세 영아 23명만 추첨으로 뽑았다.

하이닉스 교대 근로자 6125명 중 여성은 4409명. 여성 근로자 98%가 20, 30대다. 배 원장은 “교사를 충원하면 8월에 30명까지 받을 수 있고 연말이면 정원을 채울 수 있다”며 “내년이면 정원 내에 못 들어 고민하는 엄마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이천시는 아미어린이집의 정착과 발전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이천시에서만 스태츠칩코리아, 하이디스테크놀로지, 테크팩솔루션, 실트론,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 한국야쿠르트, 신세계푸드, 진로, OB맥주 등 10개 제조업체가 하이닉스와 비슷한 야간 근무제나 부정기 야근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천=특별취재팀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3교대 ‘아미’ 모델 개발 임양미 경기도 가족여성硏 위원

“기존 주말가족식 운영 피하는 데 초점”



경기도는 최근 야간근무를 하는 여성 근로자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간 어린이집 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아미어린이집 모델을 개발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임양미 연구위원(사진)을 만나 설계 과정을 들어봤다.

―하이닉스 3교대 여성 근로자들은 지금까지 어떻게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다녔나.

“모델 설계에 앞서 직장 여성들을 만나 간담회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이닉스 근로자 77%가 맞벌이였다. 3교대 근무자 가운데 35세 미만 기혼 여성이 8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교대근무를 하는 기혼 여성의 보육 형태를 보니 자녀를 친인척 집에 맡기고 주말이나 월말에 집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26.9%로 가장 많았다. 자녀 1인당 월평균 보육비는 50만 원 이상이 37.6%였다.”

―야간근무를 하는 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우선 밤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민간 보육시설을 이용해도 주거지와 거리가 멀거나 보육비를 추가로 내야 하고, 자녀의 위생이나 안전에 대한 걱정도 끊이지 않았다.”

―다른 직장이나 민간시설도 24시간 운영하지 않는가.

“경기도내 24시간 보육시설에서는 부모가 1주일 동안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주 1회 이상 자녀를 가정으로 데려가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맞벌이 부부가 토요일에 자녀를 만나는 ‘주말가족’인 셈이다. 이런 시설에서는 근무시간이 불규칙하고 심야 보육이 필요한 교대제 근무자의 보육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미어린이집의 특징은 무엇인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3교대 근무 시간에 맞춰 아이를 돌보기 때문이다. 또 아이를 매일 맡기고 찾아가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의 유대관계가 유지된다. 오후 10시에서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이어지는 C조 근무자의 경우 보육시간 연장을 원했다. 야간작업으로 누적된 피로로 아이를 돌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날 오후 2시까지 연장 보육이 가능한 모델을 개발했다.”

―부모의 교대 시간 변경에 따라 자녀의 보육 시간도 자주 바뀌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런 경험이 없어 아직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다만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운영하는 야간보육 프로그램은 아이별로 전담 교사를 두도록 했다. 낮과 밤에 똑같은 교사가 아이를 돌보면 아이의 불안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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