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톡톡튀는 방학숙제, ‘보너스’가 줄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방학숙제 달인들의 노하우

선생님-친구들 “이렇게 창의적인…” 주목은 기본
교내대회 수상까지… 훗날 입학사정관 전형 스펙으로도

《경기 솔개초등학교 6학년 김지우 양(12)은 ‘방학숙제의 달인’이다.
5학년 때는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책을 읽고 ‘나만의 책’을 만들어 방학숙제로 제출했다.
컴퓨터 그림판으로 직접 표지 그림을 그리고 색칠했다. 초록색 지구에 반기문 사무총장과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골판지를 덧대었더니 튼튼한 양장 표지가 완성됐다. 첫 페이지엔 목차를 쓰고 △반기문 총장님에 대해 △유엔이란? △나의 의견 △책을 읽고 나서 순서로 구성했다. 모든 자료는 책과 인터넷에서 찾아 손 글씨로 썼다.
경기 솔개초등학교 6학년 김지우 양(12)은 5학년 때 방학숙제로 제출했던 탐구보고서로 ‘교내 창의적 학습결과물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경기 솔개초등학교 6학년 김지우 양(12)은 5학년 때 방학숙제로 제출했던 탐구보고서로 ‘교내 창의적 학습결과물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방학숙제의 효과는 놀라웠다. 교사는 “정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을 만들었다”면서 칭찬했다.
반 친구들은 김 양의 솜씨에 감탄했다. 김 양에게 다가와 “이 표지 그림을 진짜 네가 컴퓨터로 그린 거야?”
“대단하다. 책이 정말 예쁘다”면서 관심을 보였다. 교과 성적이 뛰어난 김 양을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으로 생각했던 친구들의 생각이 확 달라졌다. 김 양에게 그림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학급 티셔츠를 제작할 때 친구들은 “티셔츠에 넣을 그림을 지우가 그리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수학여행 때 인기투표에서 김 양은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친구’ 1위에 뽑혔다.》
여름방학이 중반을 넘어섰다.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방학숙제 고민이 시작됐다. 방학숙제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는 크게 둘로 나뉜다. “그게 네(자녀) 숙제지 내(부모) 숙제냐?”면서 전적으로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하거나 그리기, 만들기, 탐구보고서까지 엄마가 아이의 방학숙제를 도맡아하는 스타일이다. 방학숙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평범한 방학숙제에 특별함을 더했을 때 효과는 배가 된다. 교사에겐 착실하고 창의적인 학생이라는 인식을 주고 친구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 조금만 공을 들이면 방학숙제로 각종 교내 대회까지 공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별한 방학숙제라고 엄청난 공력을 쏟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부모의 약간의 지도만 있으면 저학년도 스스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똑소리 나는 방학숙제 노하우와 방학숙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놀라운 결과를 확인하자.

경기 정천초등학교 2학년 문유경 양(8)과 어머니 조미진 씨가 방학숙제로 제출할 체험학습 보고서를 소책자 형식으로 만들고 있다.
경기 정천초등학교 2학년 문유경 양(8)과 어머니 조미진 씨가 방학숙제로 제출할 체험학습 보고서를 소책자 형식으로 만들고 있다.
경기 정천초등학교 2학년 문유경 양(8)은 체험학습보고서를 ‘체험학습 안내책자’ 형식으로 만든다. 올여름 설악산으로 생태체험학습을 떠나는 문 양. 일주일 전부터 인터넷으로 설악산 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게 될지 검색했다. 숲에서 볼 수 있는 식물 사진도 찾았다. 글과 사진 자료는 A4 용지에 출력했다. 첫 페이지는 기본적인 체험학습 보고서 양식에 따라 △체험학습 일시 및 장소 △탐구주제 △새롭게 알게 된 것 △느낀 점 등을 적었다. 두 번째 장부터 준비한 자료를 순서대로 정리했다. 식물의 사진을 붙이되 명칭은 쓰지 않았다. 숲에서 직접 찾고 숲 해설사에게 물어 퀴즈처럼 풀 것이다. 주황색 종이로 표지를 만들고 제목을 쓰자 ‘유경표’ 안내책자가 완성됐다. 다녀와선 입장권, 현장에서 찍은 사진, 느낀 점 등을 덧붙일 계획이다. 한 장짜리 체험학습 보고서와는 완전히 다른 방학숙제다.

김지우 양이 방학숙제로 제출한 ‘나만의 책’
김지우 양이 방학숙제로 제출한 ‘나만의 책’
이는 어머니 조미진 씨(38·경기 수원시)의 아이디어였다. 초등 4학년인 큰아들 종훈 군(10)의 방학숙제를 도우면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과다. 커다란 보드에 화려하게 꾸민 보고서는 학년이 지나면 보관이 어려웠다. 두꺼운 투명파일에 안내문과 입장권, 보고서를 꽂아서 제출한 적도 있지만 휴대가 불편했고 시간이 지나자 들여다보지 않게 됐다.

안내책자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요즘은 저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정규수업과 재량시간에 컴퓨터와 책 만들기를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김 씨는 “초등학교 방학 때마다 한두 권씩 만들어도 졸업 전에 20권 가까운 소책자가 생긴다”면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결과물을 남기면 훗날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포트폴리오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학숙제가 입시의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수 있을까? 이언정 한우리 독서논술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기록물은 앞으로 도입될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시스템이나 서류상의 활동기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단,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관심 분야에 대해 얼마나 지속적으로 탐구했는지, 학생 스스로 만들었는지 확인한다. 지속성과 창의성, 자기 주도적 해결이 핵심이다.

문유경 양이 전시를 관람하고 만든 체험학습 보고서와 안내책자.
문유경 양이 전시를 관람하고 만든 체험학습 보고서와 안내책자.
방학숙제로 교내 수상실적까지 쌓을 수 있다. 최근 국제중, 외국어고 등 입시에서 교외 수상실적을 배제하고 교내 실적만을 반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교내 수상실적이 매우 중요해졌다. 김지우 양은 5학년 여름방학 때 제출했던 탐구보고서로 2학기 때 교내 창의적 학습결과물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평소 관심 있던 습지 생태계를 탐구주제로 정한 김 양은 가족과 함께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가서 습지 생물을 관찰하고 사진도 찍었다. 패널에 책과 인터넷에서 모은 자료를 출력해 배치하고 우리나라 습지지도와 사진을 붙였다. 핵심 포인트는 마지막 ‘지우의 제안’에 있었다. 생활 속에서 습지의 장점을 활용하고 습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리했다. 어머니 김은정 씨(40·경기 용인시)는 “평소엔 성적과 교내수상실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도 방학은 선행학습만을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방학 동안 자신만의 특별한 탐구활동, 경험을 숙제를 통해 보여주면 어렵지 않게 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 때 과제를 수행하는 연습을 착실히 해두면 학기 중 교과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학기에 과학탐구실험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숙제였던 종훈 군은 “엄마가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 할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풀잎은 왜 파랄까요?’라는 주제를 정하고 스스로 탐구활동계획을 세웠다. 책으로 광합성에 대해 공부한 뒤 △광합성을 하는 동물은 없을까? △인간이 광합성을 하게 된다면? △광합성은 어디에 이용할 수 있을까? 등 질문을 만들고 인터넷에서 답을 찾아 정리했다. 보고서와 자료, 사진을 첨부하고 색지로 표지를 만드니 남다른 탐구보고서가 완성됐다. 어머니 조 씨는 “저학년 때 아이와 함께 방학숙제를 하며 틀을 잡아주면 학기 중 과제, 모둠별 과제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과제에서 차별성을 보이면 아이가 칭찬과 주목을 받고 다음엔 자신감을 갖고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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