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올해 하반기 중 합법 노조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법외노조’가 되는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10일 입수한 전교조의 ‘60차 임시전국대의원대회’ 자료에는 ‘법외노조가 될 경우 예상되는 조직재정과 운영대비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포함돼 있다. 14일 대의원대회에 상정하기 위해 작성한 이 문건에 따르면 전교조는 합법 노조 지위를 상실할 경우 고유번호증을 신청하고 ‘전교조’ 또는 ‘전국교원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고유번호증은 주로 비영리단체가 단체 이름으로 자금관리를 하기 위해 세무서에서 발급받는다.
문건은 또 법외노조가 되면 조합 규모의 축소와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상근자, 전임자, 노조활동 피해자 등의 급여를 삭감하고 순환 무급휴직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전교조 합법화(1999년) 이후 가입한 조합원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예상했다. 조합비가 지금까지는 월급에서 원천 징수됐지만 법외노조가 되면 계좌로 따로 입금해야 한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조합규약 시정명령을 사실상 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때와 마찬가지로 전교조에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조합 규약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키로 했다. 이성기 고용부 공공노사정책관은 이에 대해 “규약 시정명령을 한두 번 위반하는 것이 노조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같은 행위가 반복된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법외노조 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문건에서 전교조는 합법 지위 상실 시점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인 12월∼내년 1월로 예상했다. 고용부가 해직 조합원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노조 설립 취소까지 빠르면 40일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전교조의 계산이다. 전교조는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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