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울주군 범서읍에 있는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기 위해 지적도를 확인한 A 씨는 깜짝 놀랐다. A 씨의 땅이 여전히 ‘도로 용지’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 도로 이외에는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A 씨 땅은 도로와 아무 상관이 없다. A 씨 땅을 포함한 이 일대는 울산시가 1998년 5월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도로 용지로 고시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6월 확정한 울산∼경북 포항 고속도로 노선은 A 씨 땅을 비켜 개설되도록 설계됐다. 고속도로변 20m 구간에 지정되는 접도구역에도 A 씨 땅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도로 용지에서 당연히 해제돼야 하지만 아직 그대로 묶여 있는 것이다.
사연을 확인해 본 A 씨는 공무원들의 안이한 업무처리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3년 9월 완공 예정인 울산∼포항 고속도로는 노선이 지난해 6월 확정됐다. 이를 고시만 하면 도로와 상관없는 A 씨 땅은 도로 용지에서 자동적으로 해제된다. 이를 위한 별다른 행정절차도, 주민들 간 시비도 없는 간단한 업무인 셈이다.
하지만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이를 1년 2개월이나 미루다 이달 4일자 관보에 고시했다. 하지만 관보에 고시한 지 1주일이 흐른 10일까지 첨부해서 보내주기로 한 ‘지형도면 전산자료’가 울산시 등 자치단체에 도착하지 않아 고시를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고속도로 노선 도면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관보 고시문만 보냈다”고 했지만 울산시는 “주무관 직인이 찍힌 최종 도면이 있어야만 고시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관련 공무원의 안이한 업무처리와 관련 기관 간의 책임 전가 때문에 A 씨처럼 수천 명의 지주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A 씨는 “도로 용지로 더 지정해 둘 필요가 없으면 즉시 해제해 사유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도리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무원들이 민원인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 한 ‘만만한 게 조조 군사’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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