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경기 부천시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장례시설과 경기장을 같이 사용하는 ‘빅딜’을 추진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시설은 그동안 주민이 반대하거나 재정난으로 선뜻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협상이 이뤄질 경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부천시는 최근 인천 부평구 시립승화원(옛 부평화장장)을 부천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방안을 인천시에 제안했다. 승화원 화장로 가운데 2기(基)를 부천시민을 위한 전용 화장로로 배정해주면 부천에 있는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등을 고쳐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경기장으로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부천시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부천에 장례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천시민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벽제화장장 등을 비싼 사용료를 내거나 오래 기다려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 왔다. 부천시는 2005년부터 원미구 춘의동에 화장시설을 갖춘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해왔지만 예정지 주민은 물론이고 인접한 서울 구로구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착공은 계속 연기됐다. 하지만 7월 취임한 김만수 부천시장은 “부천에 장례시설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동의하는 땅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추모공원 건립을 중단했다.
인천시는 요즘 아시아경기대회의 개·폐회식과 육상경기를 치르는 데 필요한 주경기장을 포함해 각종 경기장을 새로 짓는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채무액을 합칠 경우 올해 부채규모는 모두 9조 원대에 이르러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서구 연희동 일원 63만9000m²(약 19만 평)에 약 5600억 원을 들여 짓기로 했던 주경기장을 건립하지 않고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종목이 열릴 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도 엄청난 예산이 필요해 사업비를 마련하거나 인접 도시 경기장을 빌려 활용하는 일로 고심해왔다. 부천시 제안을 받아들이면 인천시는 경기장을 짓는 데 필요한 사업비를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다.
문제는 화장로 15기를 갖춘 승화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화원 이용 건수는 2004년 1만2300건에서 지난해 1만7438건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시민이 아닌 외지인 이용률도 31%에서 36.5%로 높아져 화장로를 하루에 4차례나 가동하고 있다. 하루에 3차례 가동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횟수를 4회로 늘리다 보니 고장이 잦고, 수명이 단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지난해 화장시설을 보유한 경기 성남시, 수원시와 마찬가지로 승화원의 외지인 사용료를 100만 원으로 올렸다. 인천시민 사용료(6만 원)의 16배가 넘는다.
인천시는 화장수요 급증에 대비해 87억 원을 들여 화장로 5기를 증설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3월이면 공사가 끝난다. 하지만 화장률이 갈수록 늘고 있어 부천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인천시민들이 승화원을 이용하려면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승화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적정 수요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부천시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