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피트 길이 컨테이너 5300개를 실을 수 있는 53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 베이징호가 지난달 14일 새벽 부산 신항을 떠나 하루 반 만에 중국 상하이에 도착했다. 해양시스템공학을 전공하며 책으로만 공부했던 컨테이너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작년에 나는 선박을 설계할 때 몇 명의 선원이 타는지,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잘 몰라서 골머리를 앓았다. 이 일을 떠올리며 컨테이너선에 올랐다. 선원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체험을 위한 외부인이 탈 수 있도록 더 많은 객실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컨테이너선은 우리가 짐을 푸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렸다. ‘움직이는 항구’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해상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릴 수 있는 다이내믹 모션 크레인을 제작했던 나는 짐을 풀자마자 브리지에 올라 컨테이너를 옮기는 능숙한 크레인 기사님께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책상에서 논문과 동영상으로만 컨테이너 움직임을 보았던 나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항해를 하는 34시간 동안 교관님과 함께 선수부터 선미까지 모든 곳을 살펴보았다. 기관실에서 소음과 열기로 고생하는 직원, 밤낮없이 3교대 시스템에 따라 브리지를 지키는 당직자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선박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처음으로 배를 타서 궁금한 점이 많은 우리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졸업 후 조선소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선원이 더 편안하고, 더 즐거운 항해를 할 수 있는 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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