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흥고 1학년 심재웅 군은 초등학생 때 엄마에게 이렇게 묻기를 좋아했다. “엄마,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게 뭐야?” 어머니의 대답은 늘 같았다. “재웅이는 머리가 좋으니까 나중엔 전교 1등도 할 수 있을 거야.” 당시 심 군은 대부분의 과목에서 40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초등 5학년 무렵 집에서 시작한 ‘엄마표 교육’ 덕분인지 중학교에 진학해 처음 본 중간고사에선 평균 81점을 받아 전교 50등대를 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선행학습이라고는 몰랐던 심 군은 전교 1등인 친구가 고등학교 물리책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내심 놀랐다. 반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성적으로는 평범한 학생에 그칠 것 같아.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해야겠어.’》
인천 부흥고 1학년 심재웅 군은 책상 앞에 목표 등수와 점수를 적은 종이를 항상 붙여 놓고 목표를 가슴에 되새긴다.
심 군은 ‘전교 20등, 평균 89점’이라고 쓴 종이를 책상 앞에 붙였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한 순간부터 공부할 이유가 생겼어요. 공부에 집중이 안 되고 나가서 놀고 싶을 때마다 눈앞의 종이를 보면서 내가 왜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되새겼죠. 목표를 꼭 이뤄서 주목받고 싶었어요.”
기말고사 결과 전교 등수는 올랐지만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어 효과적인 공부방법을 잘 몰랐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원인이다. 심 군은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표 등수를 ‘전교 10등’으로 올렸다.
무작정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풀다보니 자신에게 어떤 공부법이 효과적인지도 차츰 알게 됐다. 시험공부를 할 때 과목마다 각기 다른 출판사의 문제집 네 권을 풀었다. 어떤 문제집은 설명이 많고, 어떤 문제집은 문제가 많았다. 사회과목은 같은 내용을 다룬 문제라도 인용된 사료가 달랐다. 국어는 지문이 다르고 수학은 난이도가 달랐다. 어느 것도 놓치기 싫었다.
어머니가 알려준 공부법도 큰 도움이 됐다. 우연히 문화센터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고승덕 변호사의 사법·행정·외무고시 합격 비결 강연을 듣고 온 심 군의 어머니는 “한 책을 10번씩 보라”는 노하우를 전달했다. 이후 암기과목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다시피 했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공부하는 방식도 피했다. 밑줄 친 부분에만 눈이 가게 되므로 그 외의 부분에서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면 곤혹스러웠다. 친구들이 “책이 왜 이렇게 걸레가 됐냐”고 했다. 기술·가정 교과서는 앞표지가 떨어졌다.
중2 때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전교 1등’이라고 쓴 종이를 천장에도 붙였다. 자기 전에도 보고 일어나 눈뜰 때도 보며 목표를 가슴에 새겼다. 결실은 2학년 말에 맺혔다. 2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한 것.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는 ‘올백’도 맞았다. 중학교 3년간 목표를 적은 종이는 책상 앞에서 단 하루도 떨어진 날이 없었다.
거의 매일을 오전 2시까지 공부하고 잠들 만큼 노력파였던 심 군. 그라고 언제나 승승장구만 했을까.
“국제고에 가려고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과학고에 갈까 하던 도중에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영어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커다란 목표가 사라지니 공부할 의욕도 없어지더라고요.”
책상 앞이 3년 만에 텅 비었다. 중학교 내신과 배치고사 합산 점수로 인천 부흥고에 1등으로 입학한 후에는 자만심만 더해졌다. 크게 공들여 공부하지 않아도 최상위권에 당연히 들 것만 같았다. 시험 전 담임 선생님이 교과서에서 꼭 보라고 한 부분도 안 봤다. 공부 좀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그때 처음 들었다.
고1 첫 중간고사 주요과목 점수는 수학 72.8점, 영어 76.9점, 국어 84.3점. 전교생 313명 중 30등 근처에 머물렀다. 최상위권이었던 심 군에겐 충격적인 성적이었다. 들어올 땐 1등으로 들어왔는데, 첫 시험에서 이 정도로 성적이 떨어지니 창피했다.
자만심을 지웠다. 다시 책상 앞에 목표를 적었다. 이 반에서 수업을 제일 잘 듣는 학생이 되자고 다짐했다. 예전처럼 수업시간에 다른 문제를 푸는 등 ‘건방진’ 행동은 삼가기로 했다. 그 대신 선생님이 지나가듯 던지는 질문에도 우렁차게 대답했다. 새벽까지 공부하는 일상이 다시 시작됐다.
주춤했던 성적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기말 지필고사에서 수학 96점, 영어 97점, 국어 97점을 받은 것. 그는 “한 선생님이 저보고 겸손해졌다고 하시던데요”라며 웃었다.
심 군이 이토록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주목받는 걸 좋아하고요. 무시당하는 게 굉장히 싫어요. 운동이든 기술이든 무언가 하나는 잘나야 자신감이 생기는데, 제 경우는 그게 공부 같아요. 또 하나 있는데,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서예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 부유했던 심 군의 가족은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개의치 않는다. 다만 생명공학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해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
현재 목표는 9월 16일에 있는 인천광역시교육청 주관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에서 450점을 넘는 것이다. 심 군의 책상 앞에는 ‘모의고사 450점 이상, 내신 1등급 유지’라고 적힌 4절 크기의 초록색 우드락이 붙어 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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