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류 쇼핑몰에 대형매장 4곳 새로 ‘둥지’틀어
“고객 90%가 中-日관광객”… 빅뱅 등 인기음반 불티
서울 중구 명동에 음반 매장이 다시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매장은 화장품이나 의류 매장 내 ‘숍 인 숍’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뮤직코리아 매장 모습. 김범석 기자
《17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명동 입구. 북적거리는 이곳에 일본관광객들로 보이는 여성 5명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향했다. 이들이 다다른곳은 ‘밀레오레’ 바로 옆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 건물. 이들은 수백가지 화장품이 전시된 1, 2층이 아닌 3층 음반점 ‘뮤직코리아’로 향했다. “이랏사이마세(어서오세요)”라며 점원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이들은 곧바로 매장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동방신기’ ‘빅뱅’ 등 한국 아이돌 가수들부터 박현빈 같은 트로트 가수까지 음반 대여섯 장을 손에 쥔 이들이 비매품 포스터까지 챙기는 데 걸린 시간은 채 20분도 안 됐다. 마치 비밀 요원이 임무를 수행하듯 쇼핑하는 이곳은 올해 1월 명동에 새로 생긴 음반점이다.
○ 다시 돌아온 명동 음반 매장
화장품, 옷 그리고 음반…. 최근 명동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쇼핑 아이템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5년 전만 해도 SKC, 신나라레코드 등 명동을 대표하던 대형 음반점들은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전부 떠났다. MP3파일로 대표되는 온라인 음원 시대를 맞아 수익이 급감해 사실상 ‘퇴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최근 명동에 오프라인 음반 매장들이 잇따라 다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명동에 새로 들어선 대형 음반 매장만 4곳. 음반점 대부분은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명동 입구에 몰려 있다. 이 중 뮤직코리아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네이처 리퍼블릭 건물(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에 입점했다. 이곳의 현재 공시지가는 m²당 6230만 원으로 약 3.3m²(1평)당 약 2억559만 원이다.
이 음반점은 문을 연 지 8개월 만에 최근 월 매출 1억 원을 넘겼다. 비결은 ‘한류’ 때문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우종수 뮤직코리아 사업부장은 “방문객의 90%가 구매력 높은 아시아 한류 관광객들”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세트로 사간다”고 말했다.
뮤직코리아 맞은편에는 ‘라이벌’ 음반 매장이 들어섰다. 패션 쇼핑몰 ‘타비(Tabby)’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뮤직&파트너’는 후발주자답게 음반 가격을 100∼500원 싸게 파는 것을 비롯해 매장 내 ‘한류 스타 포토존’을 만들어 여성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SPAO’ 4층에 들어선 복합 쇼핑몰 ‘에브리싱’, 밀리오레 명동점 6층에도 음반점들이 새롭게 들어섰다.
○ ‘숍 인 숍’ 음반매장 부활 의미는?
새로 생긴 음반점들은 ‘로드숍’ 형태의 1층 독자 매장이 아닌 화장품, 의류 매장 내 공간에 둥지를 텄다. 이른바 ‘숍 인 숍’ 매장 형태다. 화장품이나 의류 업체가 일본, 중국 등 한류에 관심 많은 관광객을 위해 음반 매장을 하나의 ‘보너스 매장’으로 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직원 창고였던 네이처 리퍼블릭 3층에 뮤직코리아가 들어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3층 공간 활용을 궁리하던 네이처 리퍼블릭 직원들이 화장품 가게에 들른 한류 관광객을 대상으로 화장품 외에 가장 관심 있는 품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음반’이 1위로 뽑혀 음반점을 내게 된 것. 장사가 잘되자 뮤직코리아는 현재 독자적으로 명동에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매장 대부분은 일본, 중국 관광객을 위한 한류 가수 음반 위주지만 팝, 클래식 음반도 있다. 뮤직&파트너 관계자는 “한류 팬이 무리를 지어 매장에 오면 그중 한두 명은 팝 클래식 음반을 사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명동 내 진정한 음악산업 활성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현재 명동 상권은 관광객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음반사업은 화장품, 의류 사업자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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