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광풍이 불면서 일반계고는 “우수 학생을 다 빼앗겨 손쓸 도리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노력에 따라 입시 성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동아일보가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과 함께 2010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 합격자(최초 합격자 기준)를 분석한 결과 ‘개천에서 용 나기’는 학교 하기 나름이었다.
○ 기회 있어도 교사 무관심이 문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2005년 신입생부터 도입됐다. 특목고 출신이나 서울 강남구 등 사교육 중심지 학생들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전국 일반계고에서 학교당 최대 3명까지 추천을 받아 모집정원의 20%를 선발했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일반계고는 모두 939개교다. 이 중 549개교(58.5%)에서 지역균형선발 전형 합격자를 배출했다. 264개교는 서울대 합격생 모두가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뽑혔다.
지역균형선발에 합격하려면 내신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학사정관 전형도 치러야 한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지역균형선발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에게 ‘주특기’를 갖춰주는 게 내신 성적보다 더 영향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뒷받침에 따른 차이는 지역균형선발 합격자 수로 나타난다. 390개 일반계고에서는 지역균형선발 전형 합격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반면 34개교는 추천한 3명 모두를 합격시켰다. 2명을 합격시킨 학교도 130개교다.
이 같은 차이를 가져온 것은 ‘입학 자원’ 때문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에서는 지역균형선발 합격자 10명을 배출했지만 인근 강북구는 3명, 도봉구는 1명에 그쳤다. 세 지역은 평준화 정책에 따라 엇비슷한 학생들을 배정받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성북구에는 고려대 서울대 홍익대 등 유명 대학 부속고가 몰려 있어 선의의 경쟁을 벌여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면 다른 대학 입시도 비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맞춤형 관리’에 소극적인 학교가 많다는 것. 입시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화여대사범대부속고 박권우 교사(입시전략실장)는 “대부분의 교사가 입시는 3학년 것이라고 생각해 준비를 거의 안 한다. 고3이 돼 보면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1, 2학년 시절이 ‘빈 밥상’이라 수시 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수성구식 교육 vs 달서구식 교육
시군구 중에서 지역균형선발 전형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대구 달서구(17명)였다. 서울대 합격자가 30명이 넘는 지역 중에서 지역균형선발 합격자 비율이 50%를 넘는 지역은 달서구(51.5%)가 유일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의 교육 특구인) 수성구가 정시 위주로 가르친다면 달서구는 수시 중심”이라고 말했다.
효성여고가 ‘달서구 교육’의 대표 사례다. 효성여고는 올해 지역균형선발 전형에 교장 추천자 3명을 모두 합격시켰다. 이 학교 최성훈 진학부장은 “특목고와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계고끼리 경쟁하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희망”이라며 “지역 여건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1학년 때부터 상위권 30∼40명을 뽑아 영어 수학 야간 특별수업과 논술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지역균형선발 합격자 수 3위인 경기 수원시(14명)에서는 수원고가 돋보였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 7명 중 6명(특기자 3명, 지역균형선발 3명)이 수시로 붙었다. 수원 구도심에 위치한 수원고는 전교생 15% 정도가 저소득층 학생이다.
이 학교 김병철 교감은 “입학 자원만 놓고 볼 때 정시로 입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시 위주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플러스알파’가 무엇인지 늘 염두에 둔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모든 시험 성적을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한다. 또 이과 중심 교육 과정을 편성해 교내에서 과학경시대회를 여는 등 체계적 지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학교 뒷받침만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사교육 혜택’을 받은 동급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2008년 졸업생을 기준으로 할 때 지역균형선발 전형 출신 학생의 평균 졸업 평점은 3.57점으로 정시 모집 출신(3.33점)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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