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계셨습니까… 오현섭 前여수시장 잠적 60일만에 출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경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잠적했던 오현섭전 여수시장이 체포영장 발부 60일 만인18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오 전 시장이 착잡한 표정 으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홍진환 기자
경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잠적했던 오현섭전 여수시장이 체포영장 발부 60일 만인18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오 전 시장이 착잡한 표정 으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홍진환 기자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잠적했던 오현섭 전 여수시장(60)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60일 만인 18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15분경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북관 특수수사과에 나왔다.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에서 내린 오 전 시장은 회색 재킷에 운동화 차림이었으며 오랜 도피 생활에 지친 듯 초췌한 표정이었다. 그는 북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수 시민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실대로 다 규명하고 시민들에게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16일 자신의 심경과 함께 오늘(18일) 자진 출두하겠다는 뜻을 담은 A4용지 8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특수수사과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2009년 4월경 자신의 측근인 전 여수시 국장 김모 씨(59·여·구속)를 통해 여수시에서 발주한 야간경관조명사업 시공업체로부터 2억6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그는 김 씨에게 해외로 도피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이 받은 2억6000만 원 중 1억6000만 원은 지역 언론 관리 및 선거운동원 활동비에 사용했으며, 나머지 1억 원은 중국으로 도피한 또 다른 측근인 주모 씨(67)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경찰은 6월 15일 김 씨를 소환 조사해 구속하고, 사흘 뒤인 18일 오 전 시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후 오 전 시장은 행방을 감췄다. 그는 19일 광주에서 건설업자 이모 씨(57)를 만나 이 씨의 소개로 전남 화순군 남면 모후산 자락에 있는 김모 씨(59)의 별장에서 19일간 은신했다. 이후 오 전 시장은 서울과 부산, 강원 속초와 강릉 등지를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그의 행적이 드러난 마지막 시점은 7월 9일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표를 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을 때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상경해 경찰 출두 전까지 줄곧 서울에 머물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도피 생활이 길어지면서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이 출두에 앞서 보낸 자필 편지엔 도피를 결심했던 이유와 도피 생활을 하면서 느낀 심정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전 시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과 범인 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전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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