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몇번에 곳간 바닥…줄 돈 없는 ‘주는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한국 긴급구호예산, OECD 개발원조위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번째
올 예산 벌써 91% 소진

외교통상부는 18일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파키스탄에 긴급구호금 5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 지원된 긴급구호금은 모두 100만 달러다. 정부는 1월 아이티 대지진에 250만 달러, 3월 칠레 대지진에 200만 달러를 긴급구호금으로 지원했다. 지난해까지 소규모 지원(5만∼10만 달러)에 머문 것에 비하면 국가별 지원 액수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뒤 명실상부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공적개발원조(ODA)로 지원되는 긴급구호예산은 DAC 회원국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이 때문에 올해 긴급구호예산의 약 91%(740만 달러·약 86억 원)가 이미 소진된 상태다. 지난해 비축해 놓은 긴급구호물자를 감안해도 전체 지원 가능액의 81%가 소진됐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예년 같은 시점에 약 60%가 소진됐지만 올해는 대규모 지원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대형 재난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올해 하반기에는 예산 부족으로 재난 지원에 제약이 생기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7년 이후 긴급구호예산은 매년 95억 원(약 810만 달러)으로 동결됐다. 이 때문에 몽골 과테말라 피지 등 다른 국가의 재난에 대한 지원이 예년처럼 5만∼10만 달러에 머물렀는데도 벌써 대부분 소진된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0.13%로 DAC 회원국 중 꼴찌이고, 긴급구호예산 규모는 ODA 예산(약 1조3000억 원)의 0.7%에 불과하다. DAC 회원국의 긴급구호예산은 ODA 대비 평균 6%에 달한다. 특히 긴급구호예산의 절대 규모를 살펴보면 ‘원조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네덜란드(3억8100만 달러) 스위스(1억9700만 달러) 등도 한국의 수십 배에 이른다. 한국은 DAC 국가 중 포르투갈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이 때문에 긴급구호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원조 선진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008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생활수준은 거의 세계 최고인데 국제사회 지원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며 “개인적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긴급구호예산을 약 2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근본적으로는 DAC 수준인 ODA 대비 6%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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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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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9 07:11:02

    아직도 철저한 후진국이군.정치인들의 정신상태가 이렇다면 영원히 선진국은 불가능하다.바이불은 말한다."주는자가 받는자보다 복있다"

  • 2010-08-19 09:34:32

    마빡이가 잘 하겠지. 대통령은 설치고 친이계는 뒤에서 아자아자.. 이게 대한민국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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