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정말 효과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18시 35분


"한의사가 직접 지어준 보약을 드실 수 있고,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산후우울증 관리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 S산후조리원은 '성스러운 국왕의 아이'라는 모토 아래 여러분의 아기를 최고로 모셔드립니다."

"산모가 찬바람을 쐬서는 평생 고생하는거 아시죠? 저희 산후조리원은 강남지역 산부인과에서 조리원까지 벤틀리 프라잉 스펏 또는 벤츠급 승용차로 산모와 아기를 모셔옵니다." (분당 L산후조리원 질문게시판)

보건복지부는 19일 '산후조리원 소비자가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차원에서 이뤄진 첫 조사다. 그러나 복지부는 인터넷 아가사랑(www.agasarang.org) 사이트를 통해 일반인에 가격을 공개하면서도, 명칭은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의 발표가 급증하는 산후조리원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된다는 여론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11월 출산을 앞둔 김주환 씨(33·서울 동작구)는 "정부발표는 서울지역 평균 비용이 172만 원이라고 하지만, 서울 중심지역에 사는 출산예비엄마들이 느끼는 산후조리원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며 "그래도 2주에 350만원하는 중간 프로그램은 해야 몸조리가 된다는 말들 때문에 비싼 곳으로 지금이라도 알아봐야 하는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조사 결과 산후조리원 중 2주간 비용이 가장 낮은 곳은 64만원, 가장 높은 곳은 1200만원이었다.

과거에는 친정이나 시댁에서 가족들이 돌보는 산후조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가 10명 중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수요가 많아졌다.

대다수 산후조리원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산모가 편하게 쉬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를 낳느라 뒤틀린 골반을 바르게 교정해준다는 골반교정프로그램,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신생아를 돌보는 기본적인 서비스 이외에 옥돌 찜질방이나 출근하는 남편을 위한 아침식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특실 사용자의 경우, 체형관리 전문 트레이너가 붙고, 산모 복부 마사지도 전문가가 한다.

그렇다면 산모들의 믿음처럼 비싼 산후조리원일수록 제 값을 하고 있는 걸까. 이연은 위드유산부인과 원장은 "'산후조리'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낳은 뒤 6주간 적절히 운동하고, 올바른 영양섭취를 하라는 것이 통념이기는 하지만, 일부 산후조리원의 경우 산모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추가 프로그램도 많다는 것.

특히 골반교정이나 복부 마사지를 집중적으로 받지 않으면, 산후조리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승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책을 자주 하고 몸을 꾸준히 움직여주면 산후 붓기를 빼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골반치료를 받지 않아도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좌욕을 열심히 하고, 주변 가족의 도움을 받아 정신적인 편안함을 계속 유지한다면, 충분히 집에서도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후조리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생아 교차감염이다. 지난 6월말 수원의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20일된 신생아가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위생이나 실태를 꾸준히 정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후조리원은 한 때 자유업이었다가 2006년 신고제로 바뀐 뒤 시·군·구청에서 위생 및 안전 관리를 하고 있지만 가격이나 서비스 내용을 계도할 기관이나 법적 근거 등은 없는 상태다.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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