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부터 시작된 시민 아이디어 제안 프로그램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접수된 아이디어가 최근 10만 건을 넘었다. 이 중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의 대형 인공섬 ‘플로팅 아일랜드’(사진)를 비롯한 175건이 채택돼 이미 실현됐거나 시범 운영 중이다. 사진 제공 서울시
“초중고교생이 식사 뒤 양치를 하는 비율이 15%밖에 안 된다는데요, 교실마다 칫솔 살균기를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요?”
대학생 라병훈 씨가 지난해 8월 서울시 ‘천만상상 오아시스’(천상오·oasis.seoul.go.kr)에 제안한 내용이다. 라 씨 제안을 바탕으로 시가 실사한 결과 각급 학교에 세면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저조한 양치율의 원인이었다. 학생은 350명인데 세면대는 4개밖에 없는 학교도 있었다. 시는 라 씨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지난해 4개, 올해 16개 초등학교에 세면대와 칫솔 보관함을 확충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민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시 정책에 반영하는 천상오에 제안된 아이디어가 11일 10만 건을 넘어 18일 10만1595건(삭제 글 제외)에 이르렀다. 회원 수는 4만7960명. 10만 번째 아이디어는 “한강에 오리 배 대신 서울시의 상징인 ‘해치 배’를 띄우자”는 아이디어였다.
2006년 10월 시작된 천상오의 시민 제안 건수는 2007년 7729건, 2008년 9067건이었다가 2009년 3만6289건으로 폭증했으며, 올해는 18일 현재 4만5911건에 이르렀다.
○ ‘찾아가는 상상토론’도 실시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의 대형 인공섬 ‘플로팅 아일랜드’도 2006년 한 시민이 “한강에 떠다니는 섬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천상오에 올린 데서 시작됐다. 이를 비롯해 120다산콜센터 문자 수화 통역서비스, 주요 문화시설 통합 아트티켓, 30대 전업주부 자궁경부암 검진, 지하철 교통카드 기부시스템 등 175건이 서울시 정책으로 채택돼 이미 실현됐거나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도 시민 창안제도는 있었지만 보통 시민이 의견을 제시하면 행정부서가 결과를 알려주는 수준에 그쳤다. 천상오는 우수한 시민 의견을 대상으로 누리꾼 등이 ‘상상토론’을 한 뒤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실현회의에서 사업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공무원의 행정 경험과 전문가의 지식을 결합해 제안의 실현도를 높인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는 5회에 걸쳐 ‘찾아가는 상상토론’도 진행했다. 대학생, 버스 운전사 등과 현장에서 만나 ‘행복한 시내버스 만들기’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시민 편의 증진’ 등에 관해 논의했다. 버스 막차 출발, 저상버스 도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자는 아이디어가 여기서 제안돼 실현됐다. 이달 31일에는 마포구 상암동 마포 영유아플라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육교사 등과 함께 보육 관련 제안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 ‘깔창에 교통카드 칩’ 기발한 제안
“지하철로 먼 거리를 가는데 좌석이 가득 찼다. 먼저 내릴 것 같은 사람을 골라 그 앞에 섰지만 한참을 가도 일어설 기미가 안 보인다. 도대체 언제 내릴 건지 묻고 싶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심정을 알 것이다. 박민정 씨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철 좌석 뒤에 모니터를 설치해 자리에 앉은 승객이 내릴 역을 표시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천상오에는 시민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다. 박혜민 씨는 “신발 깔창에 교통카드 칩을 넣고, 버스 바닥에 단말기를 설치해 일일이 카드를 찍지 않고 버스를 타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하철 내 머리 위 선반에 사람이 누울 수 있도록 하자”(류한조) “지하철 ‘쩍벌남’ 방지용 발바닥 위치 스티커를 붙이자”(신고우나) 등의 제안도 있었다.
‘상상은 자유’였다. 공중화장실에 타이머를 설치해 기다리는 사람에게 여유를 주고 볼일 보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자는 의견, 한강 다리에 뚜껑을 씌워 나무와 넝쿨 식물을 심고 숲을 만들자는 제안도 지지를 받았다. 다소 과격하지만 “담배꽁초 16개비를 가져오는 사람에게만 담배를 판매해 거리의 꽁초를 줄이자”, “‘청춘남녀 결혼촉진법’을 만들어 노총각 노처녀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아이디어도 올라왔다. 현실성이 낮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아이디어는 실제 채택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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