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뒤처져도 학생에 딱 맞는 전형 찾아주면 대입 역전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다가온 수시의 계절… 학생 80% 수시로 대학 보낸 박권우 이대부고 교사

박권우 교사가 20일 서울 이화여대사범대부속고 교정에 앉아 자신이 쓴 입시전략서 ‘수박먹고 대학간다’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박 교사는 지난해 고3 학생 80%를 수시로 보낸 ‘수시 달인’이다. 양회성 기자
박권우 교사가 20일 서울 이화여대사범대부속고 교정에 앉아 자신이 쓴 입시전략서 ‘수박먹고 대학간다’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박 교사는 지난해 고3 학생 80%를 수시로 보낸 ‘수시 달인’이다. 양회성 기자
“넌 OO대 수시모집 준비하는 게 좋겠다. 봉사활동이랑 독서 관리 잘하고, 적성검사 준비하면 돼.”

20일 오전 이대부속고 4층 입시전략실. 박권우 교사(42)는 1학년 학생과 진학상담을 하고 있었다. 박 교사는 학생의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보자마자 어느 대학 어떤 전형이 적합할지 줄줄 읊었다. 그는 “서울·인천·경기권 70개 대학 입시요강을 다 외운다”며 “1등부터 꼴찌까지 모두 대학 보내려면 주요 대학만 알아선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교직생활 13년째인 박 교사는 지난해까지 인천 숭덕여고에서 근무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4명, 연세대 8명, 고려대 7명을 포함해 3학년 전체 400명 가운데 80%를 수시에 합격시킨 이른바 ‘수시 달인’이다. 박 교사는 “정시로는 합격이 어려운 학생도 자신에게 맞는 수시전형을 1학년 때부터 준비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이대부고로 옮겨 ‘입시전략실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았지만 박 교사가 처음부터 ‘수시 달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10년 전 처음 고3 담임을 맡았을 때 그는 진학지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익명의 문자를 받았다. “박권우, 네가 고3 담임이냐? 뒤통수 조심해라!” 그 일은 그에게 큰 충격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전교 1등 하던 반 학생을 상위권 대학에 못 보냈으니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며 “지금도 그 학생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6년 전 그는 담임을 맡고 있던 3학년 반 학생들에게 공언했다. “너희는 공부만 열심히 해. 나머지는 선생님이 다 책임질게.” 그는 “반 학생 40명 모두를 대학에 보내려니 정시가 아니라 수시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상위권 유명대학과 지방대학까지 수시모집 요강을 뒤져 전국 모든 대학의 수시 전형을 면접형, 논술형, 적성검사형으로 분류했다.

학기가 시작된 3월 초 반 학생들의 진학 상담을 한 그는 그때부터 맞춤 대비를 시작했다. 사회, 경제, 법, 문화, 종교 등 이슈별로 내용을 정리해 모의면접을 하고, 기업용 적성검사 책에서 예상 문제를 추려냈다. 논술이 필요한 학생들은 신문 사설을 요약하고 글을 쓰게 했다. 박 교사는 “당시 우리 반 학생들은 성적은 뒤떨어졌지만 면접과 논술, 적성검사를 6개월 이상 연습하고 나니 결국 다 뒤집더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진학 상담은 종합예술”이라며 “거친 돌을 맞춤식으로 오랜 시간 다듬어 조각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박 교사의 노력으로 숭덕여고는 1학년부터 수시를 준비하는 체제가 자리 잡았다. 그 덕분에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진학하기 싫어하던 학교에서 이제는 진학을 위해 학교 부근으로 이사를 오고 교육청에 입학 민원까지 하는 학교가 됐다.

올해 이대부고에 부임하자마자 박 교사는 제일 먼저 각 반 담임교사들과 함께 3학년 664명 전체를 대상으로 개별 입시상담을 했다. 상담 결과를 토대로 이대부고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논술반, 적성검사반을 운영하고 있다.

박 교사는 ‘수박(수시 대박)먹고 대학간다’라는 입시전략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올해도 서울·인천·경기 70개 대학의 수시 전형과 전략을 모두 정리해 1130쪽에 달하는 책을 20일 발간했다. 그는 “시중의 입시전략서는 소수 상위권 대학만 나와 있어 우리 학생들을 위해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3년째 펴내는 이 책은 일선 교사들에게 큰 인기다.

그는 “수시 전형은 철저하게 교사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며 “학교에서만 준비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면 사교육 의존도 줄어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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